[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NH투자증권(신용등급 AA+)이 2000억원 규모 공모 자금조달에 나선다. 새해 공모채 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은 증권사의 그룹 지원여력에 따라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갖춘 곳 중 하나인 데다가 농협금융그룹의 지원여력도 갖춰 시장에서도 우호적인 매수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오는 29일 총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anche)는 ▲2년물 500억원 ▲3년물 1500억원으로 구성됐다. 공모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이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액은 최대 2500억원 내에서 증액이 이뤄질 수 있다. 주관업무는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SK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이번 자금조달은 새해 공모채 시장에서 그룹 지원여력이 탄탄한 증권사로 자금이 쏠리는 '선별적 투자기조'에 자신감을 얻은 행보로 보인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신청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경계감이 증폭돼, 올해 증권사 중 첫 공모조달(모집액 3000억원)에 나선 미래에셋증권은 각 만기에서 개별민평 대비 15~29bp 높은 금리에서 완판을 시키는 등 기관의 투심 위축이 역력했다.
반면 이후 수요예측에 나선 삼성증권과 KB증권은 각각 조(兆) 단위 투자수요를 끌어모으면서 낙찰금리도 개별민평 수준에서 정해지는 등 투심의 향방은 극명하게 갈렸다.
IB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화가 진행되더라도 은행계 증권사들은 그룹 내에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삼성증권은 은행계는 아니더라도 최대주주가 삼성생명으로 지원여력이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같은 훈풍을 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증권사의 최종 발행금리를 비교해 보면 양극화는 뚜렷하게 확인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발행액을 3000억원에서 4200억원으로 일부 증액하면서 ▲2년물 4.10% ▲3년물 4.30% ▲5년물 4.29% 등으로 모든 만기에서 4%대 금리가 결정됐다. 반면 발행액을 2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늘린 삼성증권은 ▲2년물 3.99% ▲3년물 4.09% 등 4% 안팎에서 금리를 확정했다. KB증권의 발행금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개별민평금리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경우 ▲1.5년물 ▲2년물 ▲3년물 모두 4% 내에서 발행금리가 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증권사 본부장은 "같은 초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투자수요의 양극화가 벌어질 정도로 기관투자가들의 '옥석가리기'가 치열하다는 게 올해 연초시장의 특징"이라며 "NH투자증권은 증권사 중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데다, 농협금융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뒷배로 두고 있어 기관의 자금이 넉넉하게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NH투자증권은 인수금융이나 비상장기업 투자 등 기업금융 관련 IB에 특화된 사업역량을 갖추고 있어 부동산 PF 관련 사업기반 위축의 영향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높은 금리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수도권, 해외 대체자산, 일부 기업금융 자산을 중심으로 추가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