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실적 새 역사]
정의선, 車제값받기 통했다
현대차·기아·모비스, 창사 최대 실적…선제적인 친환경·고급화 전략 결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6일 16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판매 호조로 완성차업계 '톱3'의 위상은 한창 강화됐고,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 확대로 수익성도 견고해 졌다. 하지만 올해는 쉽지 않은 경영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 추세인 데다 각 업체별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서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판매 목표량을 전년 대비 낮춰 잡은 만큼 글로벌 2위 업체와의 간격을 좁힐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판매 전략과 실적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차그룹은 회장이 3일 기아 오토랜드 광명의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공장에서 열린 '2024 신년회'에서 새해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실적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현대차그룹 맏형 격인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일궜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 3위를 굳히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을 뿐더러 나란히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를 차지했다. 사상 최다 실적을 경신한 현대모비스도 형님들의 뒤를 든든하게 떠받들었다.


현대차그룹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과 선구안이 있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방향성을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했고, 현재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 글로벌 빅3 굳혀…고수익 차종 비중 확대에 수익성↑


현대차·기아는 창사 이래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연결기준 현대차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2조6636억원, 15조1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54.0%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매출이 15.3% 늘어난 99조8084억원, 영업이익은 60.5% 급증한 11조6079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영업이익률은 현대차가 9.3%, 기아가 11.6%을 기록했는데 이 역시 사상 최고치다.


현대차·기아의 역대급 호실적은 글로벌 판매 호조에서 기인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6.9% 증가한 421만6898대를 판매했으며, 기아 역시 6.4% 확대된 308만7384대를 팔았다. 합산 총 730만대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도요타그룹(1075만대)와 폭스바겐그룹(924만대)에 이어 글로벌 빅3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전기차(EV) 등 친환경차, 레저용 차량(RV) 등 '비싼 차'가 많이 팔리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제네시스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대수는 2015년 브랜드 출범 이후 최대인 22만5189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7%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의 경우 EV와 하이브리드차(HEV)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37.2% 늘어난 총 69만5382대의 친환경차 판매 실적을 올렸다. 기아는 전체 판매량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3%포인트 상승한 19.1%였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 59조2544억원과 영업이익 2조29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4.2%, 13.3% 성장한 규모다. 순이익은 37.6% 늘어난 3조4233억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기아 물량이 80%에 달하는 만큼 판매량 확대에 따른 수혜를 봤을 뿐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 수주가 늘어난 점도 주효했다. 특히 전동화 등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판매가 증가한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3사의 합산 매출은 321조7264억원을 기록했으며, 합산 영업이익은 29조301억원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현대차 연결실적에 포함되는 현대건설(잠정 29조6514억원), 현대글로비스(2조56831억원), 현대차증권(1조8643억원),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비엔지스틸, 현대로템의 실적을 모두 포함하면 연간 매출 규모는 42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 '퍼스트 무버' 정의선 선구안, 선제적인 전동화 전환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입사 3년 만인 2002년 전무로 승진했고 이듬해 기아차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는 명실상부한 1등 자동차 기업이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저가' 자동차를 파는 기업으로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정 회장이 현대차 부회장에 올랐던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현대차그룹의 해외 시장 점유율은 5% 미만에 불과할 만큼 인기가 없었다.


아이오닉5N. (제공=현대차)

정 회장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성비'가 아닌 '제값받기' 전략을 추진하며 품질 경영을 내세웠고, 주요 시장별 전략 신차를 꾸준히 출시했다. 정 회장이 주변의 만류에도 제네시스 론칭을 밀어붙이거나, 고성능차 개발에 뛰어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변화의 기류에 올라탄 것은 정 회장이 2018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다.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선 정 회장은 '퍼스트 무버론'을 주창하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선진 기업을 모방하는 기존의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시장 판도를 바꾸는 '선도자'가 돼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 라인. (제공=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공식적인 그룹 총수로 취임한 2020년부터 '전동화 전환'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며 단순 제조업을 탈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정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전개 중인데, 현대차·기아가 2018년부터 작년 3분기 말까지 투입한 연구개발(R&D)비용은 30조원에 육박한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경쟁사 대비 전동화 전환이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의 이 같은 전략은 잘 맞아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과 아이오닉6, 기아 EV6와 EV9, 제네시스 GV60 등의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했고, 글로벌 어워드를 휩쓸고 있다. 정 회장은 혁신 의지와 혜안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세계적 권위를 지닌 미국 유명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가 선정한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 2030년 전기차 톱3 목표…SDV 등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노린다 


정 회장은 지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톱 3로 자리매김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올해 신년회를 현대차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인 오토랜드 광명에서 개최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현대차그룹은 올 2분기에 광명 전기차 공장을 완공하고 소형 전기차 EV3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오토랜드 화성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수소 등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 청사진도 공개하며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R&D 조직개편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계열사 별로 흩어져 있던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을 모아 미래차 플랫폼(AVP)본부를 신설했고, 기존 R&D 본부는 하드웨어와 양산에 집중하도록 했다. 아울러 수소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생산과 이동, 저장을 아우르는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편,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미래 교통 수단 UAM 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실적은 '최고'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내연기관차는 물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까지 전반적인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린 가운데 인공지능(AI)와 소프트웨어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벤 다이어천 슈퍼널 CTO(왼쪽부터),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본부장 겸 슈퍼널 CEO 사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장 겸 CCO 사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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