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값비싼 수업료
삼성重, 흑자전환 임박…9년 만에 해양플랜트 악몽 '끝'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14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해양플랜트 FLNG '코랄 술'의 모습. (제공=삼성중공업)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삼성중공업이 6조원이 넘는 갑비싼 수업료를 치른 끝에 흑자를 눈앞에 두게 됐다. 업계에서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흑자전환은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8년간 이어진 적자고리를 드디어 끊게 된다.


그렇다면 삼성중공업이 6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이 대규모 손실의 시작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였다. 해양플랜트는 바다 밑에서 석유나 가스를 뽑아낼 때 쓰는 구조물이다.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 


그러던 중 2010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해양플랜트 사업이 주목받았고 삼성중공업은 여러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며 매출처 다변화를 노렸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불거진 글로벌 경기침체로 상선 발주량은 내리막을 걸었고 일감부족에 시달리던 조선사는 상선 사업에서 해양플랜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대감만 너무 높았을까. 해양플랜트 사업은 잦은 설계 변경에 따른 납기지연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공사비가 급증했다. 기술과 건조경험이 부족했던 탓이다. 무리한 저마진 수주도 독이 됐다. 


발주처와 계약한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해양플랜트 수주액보다 훨씬 더 큰 손실비용을 충담금으로 잡았다. 설상가상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자 개중 일부 발주처는 납기 지연을 핑계로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결국 순환휴직, 임금반납, 자산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리고 흑자전환까지 9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런 노력 끝에 삼성중공업은 기술력을 쌓았고 이제 해양플랜트 강자로서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2022년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작년에 해양플랜트 2기를 수주했고 올해도 1~2기 수주를 이어가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업료는 낼 만큼 냈다. 또다시 경영부실이 반복되면 안된다. 앞으로는 저가수주로 인한 출혈경쟁도 끊고 질적성장에 집중해야 한다. 올해 전 세계 상선 발주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해양플랜트 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이 작년의 기세를 몰아 올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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