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中·러시아 생산시설 재편에 난감한 부품사들
동반진출 부품사 현지공장 올스톱…매각·철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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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중국 충칭공장 기공식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러시아와 중국 공장 매각에 나서면서 현지에 동반 진출한 자동차부품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현대차·기아에 대한 사업 의존도가 높은 국내 부품사들은 현지 공장과 법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값을 지불할 원매자 찾기가 녹록치 않아서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HL만도 등은 현대차·기아가 러시아, 중국 등 해외 완성차 생산시설을 갖추면서 현지 국가로 동반 진출을 추진했다. 현지 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부품사들과 동반진출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부품사 입장에서도 동반진출은 안정적인 납품처 확보, 시장 확대, 매출 증대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적극 동참했다.


하지만 특정국가에서 현대차·기아의 판매부진이 이어지고 현지 생산공장 매각까지 이어지면서 부품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말부터 러시아와 중국 공장 매각 등을 단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으로 현지 공장 가동이 어려워졌고, 중국 공장은 현지 판매부진으로 공장가동률이 현격하게 감소한 탓이다.


현대차 베이징3공장. 현대차 제공

이는 동반진출한 부품사들의 타격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현대위아는 엔진 등 주요 부품 90%를 현대차·기아에 납품하고 있으며, 2021년 중국 엔진 공장을 러시아로 이전한 바 있다. 현대위아는 공장 이전 당시 글로벌 생산거점 재배치를 통해 러시아 및 유럽시장 맞춤형 전략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 현대위아의 러시아 공장은 가동 중단 상태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은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9월 중국의 북경위아터보차저유한공사의 지분도 청산했다. 해당 법인은 터보차저를 생산하는 회사로 현대차·기아의 판매 부진과 중국 현지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터보차저 시장 축소가 영향을 받았다. 


현대위아의 또다른 중국 법인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위아의 대표 중국 법인 강소현대위아유한공사, 산동현대위아기차발동기유한공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7%, 17.2% 감소했다. 특히 강소현대위아의 경우 순손실이 전년 대비 189.5% 증가한 113억원에 달했다.


HL만도도 지난해 중국 충칭에 진출한 지 8년 만에 철수했다. HL만도는 현대차가 충칭에 현지 공장을 짓자 동반 진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판매부진에 따른 생산을 중단되자 현지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러시아와 중국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차·기아 매출 비중이 70%에 육박할 만큼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더욱 뼈아플 수 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도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공장 매각에 따라 러시아와 충칭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는 러시아 공장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마땅한 원매자가 없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차·기아의 중국 내 추가 공장 매각이 이뤄지면 현대모비스도 추가 공장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부품사들은 납품처 다각화로 독자 생존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대차·기아에 의존도가 높은편"이라며 "현대차·기아의 해외 생산시설 재편이 부품사들에게 미치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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