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더니]
"현대차·기아, 車산업 팔로워 아닌 리더 자신감"
美모하비 시험장 기술진 인터뷰…"달라진 브랜드 위상, 다문화적 시너지 덕분"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6일 15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랜스 맥러스 HATCI샤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이 11일(현지시간) 현대차·기아 모하비 시험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현대차)


[캘리포니아시티=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기아의 모하비 주행시험장(모하비시험장)은 여의도 면적의 2배인 약 535만평 규모에 달한다. 모하비 시험장은 미국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건조한 사막 날씨의 기후적 특성을 살린 다양하면서도 혹독한 주행 시험로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사막 한 가운데 주행 시험장을 세운 이유는 '최고 수준의 상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모하비 시험장에서의 담금질이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로 이어졌고, 글로벌 완성차 3위라는 결과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모하비 시험장에서 만난 랜스 맥러스 북미기술연구소(HATCI) 샤시열에너지성능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올해 7년차로 모래나 진흙 등 저속 오프로드 상황에서의 구동력 제어, 휠 슬립 제어 등 전반적인 오프로드 주행성능 평가와 튜닝을 담당하고 있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차동장치(오픈 디퍼렌셜)이 적용된 일반 차량에서 흔히 일어나는 대각 슬립 상황에 대한 교정을 주로 수행 중"이라며 "매우 거친 오프로드 노면에서의 주행 성능도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아 텔루라이드와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얼마나 험난한 경사와 돌길도 오를 수 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그만큼 차량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시험을 하는 것이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년 경력의 매튜 알 시어 파트장은 모하비 시험장 운영 관리 전반을 맡고 있다. 그는 "자동차 산업에 종사한 지 30년이 넘었고, 이전에는 다른 회사에서 R&H(승차 및 핸들링) 성능 개발을 담당했다"며 "실제 시험을 담당하는 연구원만큼은 아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직접 차량을 주행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근무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최근 몇 년 사이 현대차·기아 차량의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에 대해 "기본 트림부터 우수한 주행 성능과 패키징, 디자인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고객 입장에서는 정말 만족스러운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오프로드 측면에서는 특정한 장애물이나 험로를 더 안정적으로 주파할 수 있도록 튜닝하고 운전자의 안전성을 강화한 사례가 있다"며 "HATCI에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튜닝을 가리지 않고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알 시어 파트장도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20년 전만 해도 필요하지 않던 테스트를 계속해서 새로 도입 중"이라며 "사막 환경에 맞춰 다양한 시험로와 연구 시설을 짓고 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매튜 알 시어 모하비 시험장 운영 파트장이 11일(현지시간) 현대차·기아 모하비 시험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현대차)

눈길을 끄는 것은 모하비 시험장이 전기차 특화 시험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는 고밀도 배터리가 탑재되는 만큼 내연기관보다 무거울뿐더러 서스펜션과 타이어, 차체 등에 가해지는 하중을 단단하게 버티는 지가 핵심 평가 요소로 꼽힌다. 또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배터리와 분당 1만회 이상 회전하는 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열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전기차는 주행거리 개선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전기차는 특성상 최대 토크가 금방 생성되기 때문에 휠 슬립이 일어나기 쉬워 이에 대한 시험과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실히 전기차는 과거 내연기관차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그(전기차)에 맞춘 교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내연기관차의 경우 더 많은 출력과 토크를 내기 위한 방법을 주로 연구했다면, 전기차의 경우 오히려 토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오프로드 환경에서는 일반 차량이 충분한 토크가 발현되지 않는 문제가 흔히 생기는 것과 달리 전기차는 되레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알 시어 파트장은 모하비 시험장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20년 가까이 현대차·기아가 이뤄낸 모든 성과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항상 뿌듯함을 느낀다"며 "스스로의 업무에 대한 많은 애정과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모하비 시험장"이라고 말했다.


맥러스 책임연구원 역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휠 슬립 컨트롤은 부수적인 기능이기는 해도 안전사양"이라며 "고객들이 제가 튜닝한 기능으로 더욱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면 정말 보람차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장의 핸들링시험로에서 시승 중이다. 해당 시험로는 총 4.4km의 급커브 구간과 8%의 경사 언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두 사람은 미국 내 현대차·기아의 달라진 위상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알 시어 파트장은 "브랜드 위상이 정말 남달라졌다"며 "전세계 각지에 걸친 협력으로 얻어낸 다문화적 시너지가 현대차·기아만의 독특한 성장 동력이라고 본다"며 "과거 우리가 자동차 산업의 패스트 팔로워로 불렸지만, 지금은 마켓 리더로 자리매김했다"고 힘줘 말했다.


맥러스 책임연구원은 "과거에 현대차·기아가 어땠고, 지금 얼마나 달라졌는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다"라며 "일상 속에서 경쟁사 차량을 운전하다 보면 분명 현대차·기아가 더 낫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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