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올드보이 CEO의 귀환
조양래·윤세영 경영이슈 소방수 자처…창업세대 우산 벗고 능력 보여줘야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여의도 사옥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딜사이트 이진철 부국장] "평생 일군 회사를 사모펀드에 내어줄 수는 없다."(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


"나이 90 넘어 뭐하는 거냐, 노욕 아니냐, 많은 걱정과 질타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이대로는 제가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아 염치불구하고 나섰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최근 재계의 경영이슈에 구순의 나이를 전후한 대기업 창업회장 2명이 경영 일선에 재등장했다. 사모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과 태영건설 워크아웃 소방수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주인공이다.


공식적으로 조양래 명예회장은 1937년생, 윤세영 창업회장이 1933년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구순을 앞두거나 이미 넘은 진짜 올드보이 경영인들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경영일선에서 수년 전에 은퇴했던 창업세대가 다시 등장한 것만 보더라도 해당 기업에게는 절체절명의 경영권 위기 상황이었다는 알 수 있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진화하기 위해 직접 등판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자신이 직접 후계자로 정한 차남 조현범 회장에게 지주사 주식 전량을 넘겨주며 승계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장남인 조현식 고문은 부친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고,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아버지가 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주식증여 결론을 내린 게 아니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다. 


조 명예회장은 장남과 장녀가 사모펀드와 손잡고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자 자신의 사재 투입해 맞대응했고, 결국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고 차남의 경영권 방어에 큰 역할을 했다. 조 명예회장은 이번 형제간 분쟁에서 전면에 등장해 조현범 회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메시지도 시장에 명확히 전달했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위기를 겪자 윤세영 창업회장이 경영일선에 전격 복귀했다. 윤 창업회장은  1973년 태영건설을 창업하고 1990년 민영방송사인 SBS를 창립했다. 태영그룹의 자산규모를 10조원 넘게  키운 후 2019년 3월 장남 윤석민 회장에게 태영그룹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 창업회장은 태영건설 경영위기의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구순'의 나이에도 400여개 채권금융기관 앞에 직접 나서에 재무구조 개선 기회를 달라며 읍소했다. 채권단과 오너가 사재출연을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지면서 워크아웃 무산위기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도록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게 도와달라"는 호소가 통해 태영건설은 재기의 기회를 맞게 됐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대표이사의 연령을 조사한 결과, 올해초 기준 대표이사 670명의 평균 나이는 59.7세로 나타났다. 재계는 이제 오너 2·3세 환갑의 경영인을 넘어 40대 불혹의 4세 경영까지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경영환경은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등 새로운 기술로 전환기를 맞으며 큰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기업을 물려받아 선대보다 더 번창한 경우도 있고 변화에 적응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도 있다. 


최근 올드보이 최고경영자(CEO)의 재등장은 우리 기업들이 여전히 과거 창업세대의 영광에 매몰돼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한 창업세대의 경영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구순의 노(老)경영인들이 경영이슈에 소방수로 재등장하는 것을 보면 후대 경영인들이 창업세대의 우산에서 벗어나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경영능력을 갈고 닦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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