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G에 관한 넋두리
아워홈·남양·한국타이어 오너家 분쟁…'소유=경영' 당연시 문제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2일 08시 3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오너일가들 간의 분쟁은 흔하게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제로 다뤄진다. 통상 더 나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잘하기' 싸움이 아니라 재산이나 권력을 놓고 다투는 '진흙탕' 싸움이 많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드라마 소재로선 안성맞춤이겠지만, 확실히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아워홈 남매 간 다툼이 발생했다. 남양유업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이슈도 있었다. 눈길을 돌리면 얼마 전까지 한국타이어에서 형제 간 다툼이 있었다. 사훈이 '인화'로 유명한 LG에서도 오너일가 간 상속 분쟁이 발생했다. 더 앞서선 두산, 롯데, 금호, 한진그룹 등 재벌대기업에서 흔하게 다툼이 있었다.


이 싸움이 장기화되면 골치가 아프다. 여기에 횡령·배임 등 사법문제까지 더해지면 피로감이 쎄게 온다. 내부 직원들의 경우 사기가 저하되고 현타가 오면서 현업에 지장을 받는다. 오너의 승계 작업과 후계 구도 등과 관련한 정보 전달은 중요하다. 특히 대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 '오너=경영'이란 공식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여진다. 오너 2세, 3세, 4세까지 가업을 물려받고 경영권을 넘겨주는 형태를 점점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자신을 보게 됐다. 그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불법 행태는 승계를 위한 당연한 절차(?)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오너의 경영권 세습을 당연하게 취급하다보니 기업왕국 '왕'인 오너의 사소한 행동과 표정, 의상, 일거수일투족은 크게 다뤄지고 소비된다. 


물론 오너기업의 장점도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구조가 대표적이다. 오너의 말 한마디에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주인 없는 기업에서는 느슨한 조직 기강으로 임원들의 일탈 행위도 왕왕 일어난다.


하지만 거듭된 경영 세습은 다른 문제다. 오너 4세까지 경영권을 물려주는 형태는 본질적으로 북한의 세습 체제와 비슷하다. 오너기업이면 남다른 책임감과 절박함로 전문경영인(CEO)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그런 절박함이 잘못 발현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함정이다.


그간 오너일가의 반칙과 특권, 갑질 사건, 부(富)의 부당한 세습 뿐만 아니라 개인 돈과 회사 돈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법 사건 등을 익히 봐왔다. 설사 오너 3세, 4세가 어엿한 경영능력을 보유하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일종의 특혜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소유와 경영까지 하게 되니 거꾸로 집착과 욕심은 더 커진다. 그런 집착과 욕심이 오너일가의 꼴사나운 분쟁으로 이어진다. 현재 우리나라 거의 모든 재벌대기업은 오너경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는 당연지사처럼 취급한다. 


최근에 만난 한 자산운용사 전무는 오너일가가 아니면서 재계 10위권으로 급성장한 카카오를 그래서 주목한다고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내부 폭로와 사법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었다. 경영체제 관점에서 보자면 개인 1인이 수직적으로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지나친 자율과 독립, 수평 시스템을 중시하는 구조여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해당 전무는 그렇다고 해서 카카오가 현재의 재벌대기업처럼 1인 체제, 수직 구조처럼 가야한다는 얘기는 30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 밖에 안 된다고 했다. 지금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었다. 국내에서 생소한 경영체제를 갖고 있는 만큼 카카오와 같은 경영구조도 지속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너경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에서 귀한 존재(?)로 바라봐줘야 한다는 의견인 것이다. 그래서 최근 김범수 창업주의 메세지는 더 반갑게 다가왔다. 그는 지난해 말 "더 강화된 준법경영 통제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이를 통해 보다 진일보한 거버넌스(G)로 혁신기업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앞으로 '오너=경영'이 쉽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오너일가 분쟁이 터지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슈 화이팅을 해야할 것이다. 그래도 당연시 여겨졌던 것들에 대한 의문쯤은 한 번씩 가져볼 생각이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왜 스티브 잡스의 아들은 경영을 하지 않냐'고 했다는 한 꼬맹이의 말이 떠오른다. 당연한 것은 없다.


아워홈 서울 마곡 본사 전경. 제공=아워홈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기자수첩 83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