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통신장비 제조기업 에치에프알(HFR)이 국내 벤처캐피탈 DSN인베스트먼트를 품에 안았다.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협업할 유망 기업들을 선제 발굴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향후 3년 내 운용자산(AUM) 규모를 3배 키우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FR은 지난달 29일 DSN홀딩스가 보유한 DSN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가액은 160억원으로 전량 현금 취득할 계획이다. 취득 예정일자는 오는 12일이다.
DSN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자본금 200억원으로 설립된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다. 작년 말 기준 ▲하랑-디에스앤 투자조합 1·2·3호 ▲디에이-디에스엔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 ▲디에스엔-파이코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 ▲디에스엔-비디씨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 등을 운용 중이다. 올해 6월엔 SGC파트너스와 '에스지씨 디에스엔 넷제로 투자조합'을 500억원 규모로 공동 결성했다. 이를 포함한 운용자산은 약 620억원 규모다.
HFR은 DSN인베스트먼트 인수합병(M&A) 후 전열을 가다듬는 대로 투자 활동을 본격화 할 방침이다. 오는 2026년까지 운용자산 규모를 1800억원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새로운 사명으로는 'K-R기술금융(가칭)'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력 투자처로는 5G, 위성통신, 양자통신, 인공지능(AI) 보안 분야를 겨냥한다. 특히 전략사업 확장을 위해 '프라이빗 5G 기반 보안 구축 기업'과 '양자 센싱 및 통신 기업'을 집중 발굴할 계획이다. 기업 한곳당 투자금액은 약 10억~70억원 안팎으로 설정했다.
업계에선 HFR이 비교적 합리적인 금액에 신기사를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국내에서 벤처캐피탈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순자산의 10~20% 안팎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기준 DSN인베스트먼트의 순자산은 약 197억원. 여기에 관리보수를 수취할 수 있는 펀드들을 운용 중임을 고려하면 설립 자본금 200억원을 웃도는 몸값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SN인베스트먼트가 신기사라는 점도 메리트 있는 부분이다. 신기사는 벤처투자회사(옛 창업투자회사)보다 설립 자본금이 많이 필요하지만 투자처에 제한이 없고, 금융·보험업 지분 취득이 가능하다. 해외 투자에도 제약이 없어 운신의 폭이 넓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국내 중견·대기업들이 대부분 신기사 형태로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하는 이유다.
기존 운용인력 구성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수장인 박준혁 대표의 경우 연세대학교 기계설계학과 졸업 후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LG전자, CJ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쳤다. HFR이 주력 투자처로 겨냥한 AI 보안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베테랑이다.
업계는 HFR이 운용자산 규모를 기존 대비 3배 키우겠다고 밝힌 만큼, 신규 펀드 결성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 상 국내 CVC는 펀드 결성 시 약정총액의 최대 40%까지 외부 출자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이 한도를 최대 50%까지 늘리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전체 출자금의 절반을 CVC가 부담해야 하는 만큼 그룹사의 재정 상황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펀드 출자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작년 3분기말 연결기준 HFR의 유동성자산은 약 1824억원. 이 가운데 947억원은 현금성자산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주춤하긴 했지만, 직전 2년간(2021~2022) 각각 218억원, 9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같은 기간 쌓아둔 이익잉여금은 1157억원 상당이다. 그만큼 흑자 기조를 잘 유지해왔다는 뜻이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관리보수를 수취할 수 있는 펀드들이 있고, 자본금보다도 낮은 금액에 인수를 단행한 만큼 합리적인 M&A로 평가된다"며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려는 DSN그룹의 의중과 신기사 라이선스를 확보하려는 HFR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며 딜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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