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 유튜버에 한 수 배워야
日재진출 2년차, 실적 뒷걸음…온라인 판매 전략 적정성 물음표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7일 08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출처=현대자동차)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일본 국민들의 자국 자동차에 대한 애정은 남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오죽하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일본이 '수입차의 무덤'이라고 불릴까. 이는 세계 판매 1위를 자랑하는 도요타(렉서스)를 포함해 혼다(아큐라), 닛산(인피니티), 마즈다, 스즈키, 스바루, 미쓰비시, 다이하츠 등 다수의 완성차 브랜드가 홈그라운드에서 경쟁하고 있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와 무관치 않다.


일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대들보인 현대자동차 역시 매한가지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3위 지위를 누리고 있는 현대차에게도 옆나라 일본은 난공불락 같은 곳이다. 지난 2001년 '열도공략'에 나섰지만 실적 부직을 이겨내지 못하고 8년 만인 2009년에 철수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 일본 브랜드가 전동화 전환에 소홀한 틈을 타 아이오닉5 N, 코나 일렉트릭 등을 앞세워 재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걱정섞인 목소리 일색이다. 일각에서는 "이러다 일본에서 영영 '에이치(H)' 로고를 못 보게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현대차가 일본에서 거둔 성과를 보고 있노라면 이 같은 반응이 결코 기우가 아닌 듯하다. 재진출 2년차를 맞은 올해 현대차의 일본법인인 현대모빌리티재팬(HMJ)은 지난해 보다 못한 성적표를 거둘 가능성이 농후하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41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대가 덜 팔렸다. 이는 수억원을 호가해 수요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슈퍼카인 애스턴마틴(411대), 람보르기니(521대)에 버금가는 실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현대차가 새겨들어 볼 만한 고언이 나와 이목을 끈다. 이달 게재된 '일본 사람들이 현대차를 사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는 현대차가 안고 있는 일본 공략의 문제점을 지적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샀다.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해당 유튜버는 일본 명문 대학을 졸업한 뒤, 현지 자동차 부품회사 등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일본의 이모저모를 전하고 있다.


울산 출신으로 현대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해당 유튜버는 온라인 판매 전략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현대차는 확고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처럼 딜러사를 두지 않고 온라인 채널만 열어두고 있는데, 이는 일본 국민들의 소비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갈라파고스라는 비웃음을 살 만큼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일본인의 경향은 자동차 구매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진출한 중국의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와의 비교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오프라인 채널을 운영하는 비야디는 현대차 보다 8개월 가량 늦은 올해 초 일본에 진출하고도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일본에서 판매된 비야디 차량은 1183대로 현대차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각종 'K-제품'이 인기를 끌 만큼 친중 보다는 친한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진 일본에서 국가 대표산업인 자동차가 '메이드 인 차이나'에 밀리고 있다. 현재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에 거점을 마련해 두고 있는 비야디는 오는 2025년까지 100개 대리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일본 전략이 현 체제를 유지한다면 2년 뒤 두 회사간 격차는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부진을 털어낼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또 한 번 철수 결정이 내려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그때는 현대차에 국한되지 않고 자동차 강국을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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