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상처뿐인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사모펀드의 무리한 공개매수 지적...조현범 회장의 리더십에도 흠집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8일 10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한국앤컴퍼니)


[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국내 최대 타이어 제조사인 한국앤컴퍼니그룹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었다. 막대한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최대규모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전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차녀 조희원 씨와 손을 잡고 지분 공개매수를 추진하면서다.


이후 창업주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으로 승리의 추가 기우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키로 하면서 본격적인 '쩐의 전쟁'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MBK의 공개매수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승부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예상하긴 어렵지만 누가 승자가 되든 모두 씻을 수 없는 상처될 것은 명확해 보인다.


일단 이번 대결에 따른 MBK의 이미지 변화가 불가피하다. MBK는 오래전부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인수.합병(M&A) 시장을 쥐락펴락해 온 '큰 손'으로 통한다. 사모펀드 성격상 안정적 운영보다는 수익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기업 인수 후 경영을 효율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함께 고민하며 기업가치를 높이는데도 분명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것이 사모펀드의 대표적인 '순기능'이다.


MBK가 한국앤컴퍼니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를 하는데 내세운 명분도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조현범 회장의 횡령, 배임 이슈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일반주주들의 요구를 이사회에서 원활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자 간의 분쟁도 이어지는 등 회사의 안정적 운영과 중장기 성장 전략 시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시장은 MBK가 구원투수 역할 보단 기업 사냥꾼에 더 가깝다고 본다. 오너리스크와 기업 내부 갈등을 틈타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뺏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모펀드들이 국내 대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태가 반복되면 해당 기업은 물론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사모펀드의 '역기능'이다.


창업주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등장해 조현범 현 회장 편을 들어줬고, 회사 노조원들이 성명서를 통해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기업사냥꾼'으로서의 MBK를 경계했다. 


조현범 회장도 이번 경영권 분쟁 이슈로 리더십과 도덕성에 흠집이 났다.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경영공백과 사법리스크가 경영권 분쟁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현재 조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사법리스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도 힘든 상태다.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조 회장에게 있다. 만약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이 승리한다면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또 이 분쟁이 그룹사 전체의 리스크로 확대되는 일이 없도록 보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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