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채 북클로징]
KT부터 CJ CGV까지…고금리에도 숨가쁜 자금조달
①금리 인하 기대감에 투자수요 뒷받침…회사채 시장 '문전성시'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4일 08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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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CJ CGV를 끝으로 올해 공모채 시장이 문을 닫는다. 올해 초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공모채 시장은 중앙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희비가 반복되는 흐름을 보였다.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뒷받침되면서 기업들은 올해 회사채 시장을 통해 분주하게 현금을 확보해 나갔다.


◆ 공모채 발행기업 150곳 웃돌아…크레딧 스프레드 70~80bp 구간 '안착'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오는 15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지난 6일 2000억원 모집에 나선 CJ CGV는 매수주문을 1000억원 밖에 받지 못했지만,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1000억원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미매각 물량을 발생하지 않았다. CJ CGV는 증액 없이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2년 만기 연 7.2%로 발행할 예정이다.


CJ CGV를 끝으로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북 클로징(회계장부 마감)에 돌입한다. IB업계 관계자는 "CJ CGV 이후 연내 추가적인 공모채 발행사는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북 클로징 단계로, 대다수 기업은 내년 초 자금조달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공모채 시장에서는 연초 KT·이마트를 시작으로 CJ CGV까지 150개 이상의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해 갔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조달을 미뤄뒀던 기업들이 올해 일제히 회사채 시장으로 나오면서, 높은 수준의 금리에도 발행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중 연내에만 두 차례 이상 공모채 발행에 나선 기업도 40곳 이상이다.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연초부터 대규모 자금 집행에 나선 것도 기업들을 회사채 시장으로 이끈 배경이었다. 연초부터 기관투자가들의 조(兆) 단위 매수주문이 쏟아지면서 역대 최대 수요예측 매수주문 기록도 KT(2조8850억원), 포스코(3조9700억원), LG에너지솔루션(4조7200억원) 등 순으로 올해 세 차례나 경신됐다.


시장에서 기대하던 금리 인하는 결국 연내 찾아오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올 초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인상한 뒤 줄곧 유지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 상단을 4.5%에서 5.5%로 1%포인트 수준의 이상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1년 내내 나오지 않은 데다가, 연준도 9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 동결에 나서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침내 끝났다고 판단돼 시장은 지난달부터 다시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올해 회사채 강세 기조는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차) 추이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 170bp(1bp=0.01%포인트)를 웃돌았던 크레딧 스프레드는 올해 초에도 140bp대를 나타냈지만, 2월부터 70bp 안팎으로 빠르게 좁혀졌다. 이후 크레딧 스프레드는 최근까지 꾸준히 70~80bp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추이.(자료=금융투자협회)

◆ 회사채 데뷔전도 잇따라…금리상승 여파에 하반기 발행은 둔화


회사채 강세가 연내 지속되면서 자신감을 얻고 회사채 시장에 처음 진입한 기업들도 많았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SK온 등 대부분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2차전지 기업들이었다. 현대차증권·다올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도 현금 확보를 위해 회사채 초도 발행에 나섰고, KT&G도 창사 이래 첫 회사채를 발행했다.


다만 기관투자가들은 회사채 시장 특유의 깐깐한 '옥석 가리기' 기조로 일관했다. 국내 최상위 신용등급(AAA)을 얻은 KT&G와 성장성·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LG에너지솔루션(AA0)은 조 단위 매수주문을 받는 데 성공한 반면 ▲SK온(A+) ▲현대차증권(AA-) ▲다올투자증권(A-) 등은 일부 만기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에코프로(A-)는 1000억원 모집 대비 2060억원의 투자수요를 받는 데 성공했지만, 기관투자가들이 높은 금리에 주문을 넣으면서 증액 발행은 불발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순발행액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지난해(3조6000억원)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다만 이는 코로나 시기 낮은 금리에 힘입어 33조원가량의 순발행 기조가 이어졌던 것에 비해서는 줄어든 수준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됐지만 올해 회복세로 돌아섰다"면서도 "금리가 높다 보니 기업의 조달 규모도 예년보다는 줄어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리 흐름이 '상고하저'로 예상됐지만 실제 흐름은 '상저하고'였다"며 "상반기 활발하던 발행시장은 하반기 금리 상승 여파로 비교적 위축된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우려, 한전채·은행채 등 우량 채권 발행에 따른 수급 우려 등이 제기됐지만 우량등급을 중심으로 회사채 투자수요는 견조하게 이어진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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