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내년 실적, '현상 유지' 전망
"수급 균형으로 마진 양호할 것"…등급 변동 가능성 ↓
한국기업평가 '2024년 정유 산업 전망' (제공=한국기업평가)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국내 정유 업계가 내년 공급과 수요의 균형 아래에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신용도 변동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12일 발간한 '2024년 산업 전망'을 통해 내년도 정유 사업 환경이 '중립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비우호적 요소와 우호적 요인이 혼재하나, 연간으로는 상호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석유 제품의 원가와 판가를 결정짓는 유가는 배럴당 80~100달러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에도 경기 둔화로 인한 석유 수요 위축은 유가를 짓누를 수 있지만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산유국 간 협의체)의 감산 지속에 따른 원유 공급량 감소, 미국의 전략 비축유 매입과 신흥국 석유 수요 증가, 전방 산업인 석유화학과 항공유의 수요 확대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돼서다.


다만 이러한 현상과 별개로 정유 업계의 마진은 양호한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한기평은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2023년 대비 석유 수요 증가세는 둔화하겠지만, 그만큼 공급 부담도 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정유사들의 내년도 실적이 올해와 대동소이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용등급 역시 변동의 여지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유준위 한기평 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내년 생산 설비 증설 계획이 있기는 하나, 폐쇄 물량까지 감안 시 공급 순증가분은 수요 증가분을 밑돌 것"이라며 "투자 부담이 높아졌지만 자체적 현금 창출로 충분히 대응하며 재무안정성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신용등급 변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인 기업들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경우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의 글로벌 신증설이, 에쓰오일은 9조원 규모 석유화학 공장 건설(샤힌 프로젝트)을 각각 진행 중이다. 경상 투자 외에 중소 규모의 친환경 투자를 추진 중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부담이 크지 않아 재무 안정성 개선도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기평은 수급 외 요인으로 인한 유가 변동성 확대는 업계 전반의 수익성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주요 산유국들이 해당 전쟁과 관련된 만큼, 확전 시 공급 차질로 인한 유가 급등이 나타나며 수요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 내년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도 변수다. 리더십에 따라 안보 및 에너지 정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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