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난 버틴 '다윗'에 응원을
중소형 PEF, M&A 시장 위축 직격탄...투자·출자 모두 내년 기약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7일 08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느끼기에 유난히 고됐다. 일반 기업과 달리 회사에 투자할 때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년 전만 해도 돈을 맡기겠다는 곳이 여러군데서 나타났지만 올해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국내 M&A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올 초 발생한 MG새마을금고 사태가 지목된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던 곳이 출자 비위사건에 휘말리며 지갑을 닫았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수년 동안 프로젝트펀드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전혀 자금을 집행하지 못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중소형 운용사들이다. 이들 대다수는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해 딜을 진행하는데, 올해 앵커LP를 찾기가 유난히 어려웠다. 특히 투자 이력이 부족한 신생 PEF는 좋은 딜을 발굴하고도 '쩐주'를 찾지 못해 눈앞에서 투자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고난은 경쟁 입찰로 진행된 출자사업에서도 이어졌다. 올해 상당수의 대형 운용사들이 대규모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서며 자금을 쓸어갔다. 실제로 IMM PE, 한앤컴퍼니, VIG파트너스, 맥쿼리자산운용 등이 올해 '조단위' 펀드 조성에 나서며 대다수 연기금들의 선택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트랙레코드(투자이력)가 부족한 중소형 PEF들은 선정 결과를 보며 씁쓸한 감정을 지우지 못했다. LP들의 출자사업 선정 결과에 익숙한 이름만 등장하니 그럴 수밖에. '언더독(상대적 약자)'의 반란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을 것이다.


일부 PEF 관계자는 공정한 대결이 아니라며 불평 섞인 목소리도 냈다. LP들이 출자사업을 공고하며 무한 경쟁을 시켰다. 실제로 일부 LP들은 출자사업을 공고하며 운용사 규모를 나누지 않았다. 아무런 무기도 쥐어주지 않고 다윗과 골리앗을 한 경기장에 넣어두고 싸움을 붙이니 결과는 뻔했다.


LP들의 선택도 이해한다. 경험 많은 운용사들에 자금을 맡기겠다는 보수적인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 투자 혹한기이니 이런 선택이 설득력 있기도 하다. 하지만 중소형 운용사들은 덕분에 올해 강제로 회사 전략을 새롭게 짰다. 신규 투자보다는 '포트폴리오 관리'로.


이들은 골리앗이 국내 출자시장에서 철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을 기약한다. 비슷한 체급끼리 제대로 한 판 붙어보자며 결의를 다진다. 시장이 올해처럼 어렵더라도 같은 체급이면 해볼만 하다고 말이다. 다윗들은 희망찬 내년을 기약하며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견딘다.


중소형 PE의 한 관계자는 올해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PE 시장에 들어온 이래 대형 하우스가 아니라서 서러웠던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 해가 마무리 돼 가는 시점에서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고 있는 중소형 PEF에 위로와 응원의 말을 전한다.


(사진=픽사베이)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기사
기자수첩 83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