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 감축' 역행하는 SK㈜…SK온 나비효과?
올해 공모채 발행액 지난해 웃돌아, 차입 부담 확대에 등급 하향 트리거도 터치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6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 서린빌딩. 사진제공/SK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SK그룹이 100조원을 웃도는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차입금 감축에 나섰지만 지주회사인 SK㈜부터 스텝이 꼬였다. 올해 3분기까지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한 SK㈜가 이달 1500억~2000억원 수준의 공모채를 추가로 발행하기로 하면서다. 이로써 SK㈜의 올해 공모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발행액(1조4000억원)을 뛰어넘게 돼, 그룹의 차입금 감축 기조를 역행했다는 평가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전날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 1조270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았다. SK㈜는 높은 신용등급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손꼽히는 빅 이슈어(issuer) 인 데다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나타났다. 이날 수요예측을 흥행으로 마친 SK㈜는 총 2000억원 내에서 증액을 검토 중이다.


회사채 발행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지만 문제는 SK㈜의 차입 규모다. 지난해 공기업·금융기관을 제외한 일반 기업 가운데 공모조달 규모가 가장 컸던 SK㈜의 회사채 발행액은 1조4000억원이었다. 올해 2월 3900억원을 조달한 SK㈜는 5월 6000억원, 9월 4100억원을 조달해 이미 지난해 발행액을 채웠다. 이번 추가 발행으로 지난해 공모조달 규모를 1500억~2000억원 웃돌게 된 셈이다.


SK㈜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말 11조2894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1조4072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11조236억원에서 11조607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는 SK그룹의 차입금 감축 기조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SK그룹의 총차입금은 ▲2020년 70조7600억원 ▲2021년 85조9500억원 ▲2022년 108조9000억원 등 코로나 시기 확장적 투자기조로 급증했다. 그러나 차입 부담이 과중해진 데다가 지난해부터 고금리 시대가 펼쳐지면서 SK그룹은 재무안정성 강화를 위해 차입금 감축을 추진 중이었다.


올해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핵심 '캐시카우'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에도 SK㈜의 배당금 수익은 올해 1~3분기 누적 1조3372억원으로 전년동기(7069억원) 대비 대폭 늘어났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올해 3분기 1조1433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SK㈜가 3939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SK㈜의 자금소요 확대로 이어졌다. SK㈜가 배당금 수익 확대에도 오히려 차입을 확대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올 초 SK온의 총 2조8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2조원을 출자하는 등 지원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SK온의 대규모 외부 차입 소요가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지주회사 SK㈜의 차입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는 셈이다.


SK㈜는 현재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까지 일부 터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의 등급 하향조정 검토요인으로 별도기준 순차입금의존도 35% 초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SK㈜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37.9%를 나타냈다. 한국신용평가는 하향 검토요인으로 별도기준 차입금의존도 40%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SK㈜의 차입금의존도는 39.1%지만 SK㈜의 총수익스왑(TRS) 관련 익스포저를 차입금으로 간주할 경우 차입금의존도는 41.6%로 하향 트리거를 터치하게 된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차입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 맞다"며 "과거 3~4년에 걸쳐 그룹 전체에 걸쳐 차입 부담이 무거워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여러 통로로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SK㈜가 재무안정성을 지킬 수 있는 정도의 버퍼(차입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해 이번 공모채 본 평가에서도 등급 조정 없이 '안정적' 전망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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