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도한 '韓영화 개봉촉진펀드', 시장반응은 냉담
11월 수시 출자사업, 신생사 등 3곳만 신청..."투자수익 내기 쉽지 않은 구조"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4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2022년 이전 제작된 미개봉 영화에 투자하는 자펀드를 처음으로 조성하며 한국영화 개봉 촉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펀드 결성이 절실한 일부 운용사들만 신청하는 등 출자사업이 사실상 흥행하지는 못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펀드구조가 '투자수익 창출' 보다는 '배급사 유동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어, 운용사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5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모태펀드 2023 11월 수시 출자사업' 영화계정 한국영화 개봉촉진 분야에 총 3개 운용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캐피탈원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 ▲오거스트벤처파트너스 등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심사를 거쳐 세 곳 중 한 곳을 위탁운용사(GP)로 선정하게 된다. 결과는 내년 초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출자사업은 모태펀드가 50억원을 대고 GP로 선정된 기관이 민간에서 50억원 이상을 조달해 자펀드를 만드는 구조다. 주목적 투자조건은 펀드 약정총액(AUM) 50% 이상을 2022년 이전 크랭크업(촬영종료)된 한국 영화에 집행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또 펀드가 투자한 작품은 자금 집행 후 3개월 내 개봉하는 조건도 붙었다.


'캐피탈원'은 지난 2009년 설립된 창업투자회사로 문화콘텐츠 투자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영화 '7번방의 선물'(2013), '변호인'(2013), '신과함께'(2017)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냈다. '이크럭스벤처'는 2020년 설립된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이다. 김영호 전 캐피탈원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오거스트벤처'는 송승엽 전 캐피탈원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신생 LLC다.


◆ 캐피탈원 vs 캐피탈원 출신 신생社 '3파전'


이번 출자사업에는 투자기구 결성이 절실한 운용사만 신청했다. 이크럭스벤처와 오거스트벤처는 신생사인 만큼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쌓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크럭스벤처는 콘텐츠 분야에서 117억원 규모 애니메이션 펀드만 운용하고 있다. 오거스트벤처는 아직 결성한 문화콘텐츠 펀드가 없다.  두 운용사는 문화콘텐츠 투자 전문 인력은 확보한 상태다.

 

캐피탈원은 업력이 길지만 회사 재건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년 새 문화콘텐츠 투자 전문 인력이 이탈하는 등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가 마지막으로 결성한 펀드는 2021년 4월 50억원 규모로 만들어진 '캐피탈원 쇼박스-iMBC 콘텐츠 투자조합'이다.


반면 드라이파우더 등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문화콘텐츠 전문 투자사들은 이번 출자사업에 신청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투자사들은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출자사업 흥행이 저조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펀드 규모와 주목적 등에 차이는 있지만, '모태펀드 2022년 6월 수시 출자사업' 영화계정 중저예산 한국영화 분야 경쟁률은 8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 투자수익 내기 쉽지 않은 구조..."배급사 유동성 확보 목적 커"


이번 출자사업에 신청하지 않은 기관들은 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펀드를 결성해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주목적 조건을 충족하는 영화(2022년 이전 크랭크업 중 개봉일이 잡히지 않은 작품)는 30여개 가량 된다. 여기서 흥행 가능성 높은 작품들을 선별해 주목적 조건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영화펀드는 주로 출자자(LP) 작품에 투자하게 된다.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진 방식이다. 리스크가 커 재무적투자자(FI)를 LP로 확보하기 어려운 탓에, 주로 배급사·제작사 등 전략적투자자(SI) 자금을 끌어오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펀드는 SI가 관여하는 작품에 출자금의 두 배 가량을 집행한다. 개봉촉진 펀드가 결성돼도 SI가 투자·배급한 구작으로 대부분의 자금이 흘러가게 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이번 출자사업은 투자수익 보다 영화 배급·제작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출자사업은 영진위가 주도하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협업해 올 상반기부터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공고가 나기 직전인 올 9월 영화계 인사인 신상한 전 SH필름 대표가 한국벤처투자 초대 부대표로 합류했다. 신 부대표는 CJ엔터테인먼트(현 CJ ENM) 영화사업본부 등에도 재직한 바 있다.


한 문화콘텐츠 투자 심사역은 "한국 영화시장이 상황이 좋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나온 출자사업인 것 같다"며 "주목적이나 영화계 관행 등을 고려하면 투자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구조인데, 이유가 어떻든 낮은 수익률은 결국 GP가 떠맡으므로 선뜻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배급사와 제작사 유동성을 확보해주기 위해 추진된 사업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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