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社 벤처투자]
게임에 진심인 하이브, 신생 벤처에 300억 투자
③ 설립 3개월 된 '아쿠아트리' 몸값 1700억 책정...자회사 하이브IM에 700억 출자
이 기사는 2023년 11월 30일 17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신성장동력으로 게임사업을 점찍었다. 지난해 종속회사 '하이브IM'을 설립하고, 총 700억원을 출자해 게임 퍼블리싱 및 개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는 신생 게임 개발사에 300억원을 베팅하는 등 과감한 행보도 보이고 있다.


30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 9월 아쿠아트리에 300억원을 투자하고 신주 보통주 지분 14.3%를 취득했다. 아쿠아트리는 올해 6월 설립된 신생 게임사다. 박범진 전 넷마블네오 대표가 이끌고 있다.


하이브는 이번 투자 과정에서 아쿠아트리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투자 전 1700억원(투자 후 2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설립 3개월차 회사에 통큰 베팅을 단행한 것이다. 덕분에 하이브는 텐센트·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 등 유수의 전략적투자자(SI)·재무적투자자(FI)를 제치고 딜을 따냈다. 입찰에 참여한 SI·FI만 1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박 대표 이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게임 업계에서 박 대표는 '스타 개발자'로 유명하다. 넷마블네오에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2016) 개발 총괄을 맡은 인물이다. 이 게임은 국내 모바일 게임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는 등 대박 성과를 냈다.


◆ 벤처투자로 게임분야 진출 가능성 엿봐...자회사 설립 700억 출자, 퍼블리싱 주력


하이브는 전략적 목적으로 아쿠아트리에 투자했다. 거액을 베팅한 대신 지분과 아쿠아트리 차기작의 글로벌 독점 퍼블리싱권을 따왔다. 아쿠아트리는 현재 박 대표의 주력 분야인 MMORPG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하이브는 사업 다각화 등을 위해 게임 분야에 진출했다. 처음에는 벤처기업에 지분투자를 하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2019년 리듬게임 제작사 '수퍼브'에 56억원을 집행하고 회사 지분 51%를 확보했다. 2019년에는 10억원을 더 투자해 수퍼브 지분 100%를 인수하고 본체 게임 사업부와 흡수합병 했다. 또 하이브는 지난해 12월 게임사 '플린트'에 97억원을 투자, 신주·구주 보통주 3.1%를 확보했다.


지난해 3월에는 아예 게임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본체 게임 사업부를 분사하고 200억원을 출자해 '하이브IM'를 설립했다. 올해 9월에는 50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하이브IM이 새로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전량 인수하는 형태다. 하이브IM은 모회사의 든든한 지원을 앞세워 일단 게임 퍼블리싱에 주력하고 있다.


업력이 짧고 자본력은 있는 경우, 퍼블리싱 사업을 주력으로 하기 좋다. 퍼블리싱 회사는 게임 운영과 유통을 맡는다. 아쿠아트리 사례처럼 흥행 가능성 높은 게임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거액을 베팅해야 한다. 서버비 등 상당한 고정비도 부담해야 한다. 초기 투자비용이 큰 대신 게임이 흥행해 고정비를 상쇄하게 되면 마진율은 크게 높아진다. 퍼블리싱 회사는 게임 수익에서 플랫폼 수수료 등을 제외한 금액의 절반 가량을 나눠 받는다.


하이브IM은 현재 아쿠아트리 차기작 포함 총 네개 게임을 퍼블리싱 하기로 계약했다. 하이브가 지분 투자한 게임사 '플린트'의 신작 모바일 게임 '별이되어라2 : 베다의 기사들'을 국내외에 유통할 예정이다. 이 게임은 내년 출시된다. 또 하이브는 신생 게임사 '마코빌'이 개발 중인 차기작 두 개 게임의 퍼블리싱도 맡기로 했다.


◆ 소속 아티스트 IP 활용해 자체 게임 개발...BTS 등장 게임 누적 매출 600억↑


하이브는 소속 아티스트를 활용한 게임도 지속적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이미 하이브는 BTS를 활용한 게임을 수차례 선보인 바 있다. 처음에는 벤처기업 '테이크원컴퍼니'와 협력해 모바일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BTS월드'(2019)를 출시했다. 다음에는 지분투자한 '수퍼브'를 통해 'BTS 유니버스 스토리'(2020년), '리듬 하이브'(2021) 등을 선보였다.


하이브IM을 설립한 후에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퍼즐 게임인 '인더섬 with BTS'를 출시했다. '인더섬'은 흥행에 성공했고, 하이브IM은 지난해 매출 36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도 250억원에 육박한다. 다만 영업이익은 아직 적자다. 인력 200여명을 채용하는 등 선제 투자를 하고 있어서다. 하이브IM은 현재 퍼블리싱 외에도 자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들을 활용한 게임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팬덤이 있어 출시 단계부터 고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인더섬 with BTS'는 BTS 멤버들이 게임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 부각돼 출시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반대로 게임을 통해 팬으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팬덤이 지속적인 게임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으므로, 결국 회사는 우수한 개발 인력 등을 확보해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아쿠아트리가 설립되자마자 복수의 SI와 FI가 접촉했고, 하이브가 가장 크게 베팅해 경쟁자들을 제치고 딜을 따냈다"며 "하이브는 게임 분야 업력이 짧아 자본력을 앞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지원 대표 등 하이브 주요 임원이 국내 대형 게임사 출신이라 사업 역량은 충분히 갖췄다"고 덧붙였다.


다른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강조해왔던 점 중 하나가 '엔터테인먼트 융합'이다"라며 "게임은 음악·영상·문학 등 온갖 장르가 결합된 종합 콘텐츠라 융합이라는 기치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과 아이돌 사업은 둘 다 콘텐츠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어, IP 가치가 높을 때 사업 다각화 등으로 콘텐츠 간 융합을 도모해 최대한 고수익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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