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기업은행 '지방이전설' 솔솔
"중기대출 영업 수도권 집중, 명분 없는 정치적 논쟁"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18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기업은행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기업은행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관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도 효익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기업은행 본점 '대전 이전' 법안 발의


24일 국회 등에 따르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기업은행 본사를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본점 소재지를 대전광역시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은 기업은행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황운하 의원은 "기업은행 본점을 대전광역시에 두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 금융 인프라 육성을 도모하고,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겠다"며 "대전·충청권에 금융인프라를 확충해 지난 20여년간 지역은행이 부재해 겪었던 불편함을 해결하고, 대전·충청권을 금융 소외지에서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전 외 대구, 부산 등 지역에서도 기업은행 본점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대구지역 의원 10명이 기업은행 본점 소재지를 대구로 옮기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부산시는 국책은행을 모두 유치해 부산의 금융허브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 기업은행 노사 반대…"중기 지원 어려워져"


기업은행에서는 본사 이전에 적극 반대하며 이전설이 도는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 본점 이전과 관련해 각 지자체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당혹스럽다"며 "자자체 입장에선 메리트가 있겠지만 중소기업 지원 관점에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은행 중기대출의 66.5%, 총예금의 79.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에 사업체 53%, 벤처기업 65%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면 현장 소통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행장은 "중소기업은 다른 중견이나 대기업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고 지원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지원할 수 있는 총지휘센터인 본부가 지역으로 내려간다면 시의적절한 대응을 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 역시 '명분 없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기업은행을 정치 무대에 올리지 말라'라는 성명서를 내고 "산업은행의 사례만 보더라도 직원 퇴사율이 몇 배 증가하는 등 경쟁력 하락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며 "지방 이전 시 직원들은 갑작스레 생활 터전을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특정 지역 한곳으로 모여 금융허브를 형성한다는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치 논리에 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지역균형발전 효익 물음표


전문가들은 국책은행 지방이전 문제는 손익을 따져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인력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을 떠난 운용역은 164명이다. 기금운용본부가 전라북도 전주시로 이전한 2017년 이후 매년 평균 27.3명이 퇴사한 것.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행을 이전하면 인구분산 등 약간의 순기능이 있을 수 있지만 연고지에 근무하고 싶은 직원들의 이탈률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교류할 일이 잦은데 지방 이전 시 서울에 있는 금융위와 소통하기도 번거로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공동화 현상으로 지방 이전 목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한국전력을 비롯한 여러 공기업을 나주혁신도시에 이주했다. 나주혁신도시에서는 주말마다 이전 직원들이 서울로 이동하는 도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주혁신도시 사례와 같이 사회적비용만 더 소모하게 만들 수도 있다"며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통한 정치적이고 관료주의적 논쟁일 뿐 지역균형발전은 효익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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