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시금고 쟁탈전…출연금 대폭 확대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정책사업 참여 이점…지방은행 독점권 어려워져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14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시중은행들의 시금고 유치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서울‧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노리는 모양새다. 오랜 기간 지방은행에 금고지기를 맡겨온 지방자치단체(지자체)도 출연금을 많이 내는 은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시금고 지정 시 정책연계사업 독점 효과 쏠쏠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지자체 시금고 946곳 중 6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이 743곳(78.5%), 6개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이 203곳(21.5%)의 금고지기를 맡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자체 금고를 사수할 목적으로 지자체에 출연하는 금액을 점점 늘리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은행까지 포함한 5대 시중은행의 지자체 출연금은 2019년 2586억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2622억원으로 늘었다. 2021년에는 2780억원(추정치)으로 불어났다.


5대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이 2019~2021년 납부한 지방자치단체 출연금.

지난해 은행별 지자체 출연금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1217억원으로 가장 많다. 2위인 우리은행보다 2배 넘게 많은 수준이다. 이어 ▲우리은행 548억원 ▲국민은행 193억원 ▲하나은행 114억원을 각각 지자체에 출연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방송국 경력이 있는 '프레젠테이션(PT)' 경력직원까지 채용하며 금고 입찰에 열을 올렸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4월 서울시 1금고와 2금고를 모두 맡게 됐다. 예산은 약 48조원에 달한다. 14조 규모의 인천시금고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은행이 금고지기를 맡게 되면 기관 금고를 유치한 데 따른 상징성을 가져갈 수 있다. 또한 기관 자금을 저원가성 예금으로 대거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고신용 고객들을 장기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정책연계사업을 독점할 수 있는 것도 큰 이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 효과보다 정책연계사업으로 파생되는 각종 부수 손익과 공무원 거래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시금고를 따낸 신한은행은 '안심소득', '청년수당'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독점적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안심소득은 취약계층을 선정해 중위소득 85% 기준액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급하는 제도다. 청년수당은 미취업 중위소득 150% 이하 청년에게 6개월간 5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에 필요한 세부 데이터 취합을 신한은행에게 맡겼다.


◆ '독점' 깨진 지방은행…이자율‧출연금 압박


지방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지자체 시금고 자리도 앞으로 점점 쉽게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들의 지역기여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내년도 광주광역시 금고 선정을 앞두고 금고 선정 절차와 평가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채은지 광주시의원은 "광주시 금고 협력사업비(출연금)는 선정 시마다 감액됐다"며 "2013년 120억원이던 협력사업비가 2017년 70억원, 2021년 계약 시에는 60억원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채 의원은 "예산 규모가 비슷한 대전시의 시금고 협력사업비는 148억원이고, 경남은행은 울산시에 110억원을 출연한다"묘  "광주가 전국 광역시 중 최하위"라고 지적했다.


광주은행은 최근 50년간 지켜온 조선대 주거래 은행 지위를 신한은행에게 뺏기기도 했다.


출처=채은지 광주시의원실

지자체 예산에 대해 낮은 이자수입이 금고 독점의 부작용이라고 비판받았다. 대구은행은 대구시 1금고를 50년 넘게 독점해왔다. 지난 6월 조경구 대구시의원은 하수도 회전기금(2700억원) 이자수입이 연간 1.25%로 나타나는 것을 두고 "특별회계는 다음 예산 때까지 1년 정도 보관해두는데 예금수입이 왜 이렇게 낮나"며 "금고라도 농협(2금고)과 대구은행(1금고) 간에 비교를 해서 이자가 높은 곳에 예금하라"고 요구했다.


2001년부터 22년 동안 부산시 금고를 맡고 있는 부산은행도 지역 기여 요구가 쏟아졌다. 박진수 국민의힘 의원은 "수십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시금고인 부산은행에 고금리 시대, 시민과 상생하는 금융으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고 질타했다. 서지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고금리로 질식하는 부산경제, 부산시 제1금고의 상생 금융이 절실하다"고 했다. 내년 부산시 금고 재선정을 앞두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유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올 1월에는 울산시금고 자리를 두고 경남은행에게 사명을 변경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경남은행이 울산시의 1금고를 맡기 위해서는 은행 이름에 '울산'을 넣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출연금을 올리라는 우회적인 발언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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