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불황 속 돋보이는 오너 경영의 힘
현대카드, 장기성장 투자‧고객혜택 유지…"정태영이라 가능" 시기‧부러움 한 몸에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08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올해 국내 카드업계는 역대 최악의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유례없이 치솟은 연체율에 이자‧대손비용 부담이 악화되며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기에 소비 감소 등 경기 악화에 따른 어려움도 가중됐다. 따라서 올 들어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내실경영과 리스크관리 중심으로 영업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외형경쟁을 지양하고 판촉을 축소하는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추세다.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추진도 예전만 못 한 모습이다.


경영환경의 악화는 카드사들이 제공하던 고객 혜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혜택이 좋다고 소문났던 '혜자카드'의 단종이 줄을 잇고, 현금을 돌려주던 캐시백 이벤트와 무이자할부 적용도 크게 줄었다. 이런 와중에 유독 현대카드만이 남다른 경영전략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규 회원 수와 신용판매 취급액 확대 등 외형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와의 선제적인 협업을 추진한 것도 이 같은 경영전략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국내 카드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애플페이였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 당시 '현대카드가 현대카드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플페이의 도입이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이나 수익성 개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한 상관관계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최초'라는 상징성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현대카드가 보였던 행보를 돌이켜보면 수긍이 간다. 


현대카드의 비즈니스 철학은 언제나 '최초'였다. 지금은 보편화 된 프리미엄카드, 세로카드, 스타벅스·배달의민족 등 국내 최초의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로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일으키고 '현대카드 콘서트' 등 문화마케팅을 처음 시작한 곳도 현대카드였다.


현대카드의 고객혜택 전략도 대체로 유지되는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달 현대카드의 자동차 캐시백률은 0.8%로 전달과 동일하다. 최근 카드업계가 건전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해당 비율을 축소하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여기에 대표적인 무수익·저수익 업종인 세금, 4대 보험 업종에서의 무이자할부를 유지하고 있다. 세금‧4대보험은 별도의 납부수수료 체계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무수익·저수익 업종으로 꼽힌다. 상위 카드사 중 세금, 4대 보험 업종의 무이자할부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현대카드(3개월 무이자)가 유일하다. 가뜩이나 팍팍해진 살림에 소비자 입장에서 반길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부터 국내 카드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장밋빛 전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2002년 카드대란 사태 이후 신용불량자 양산, 카드사 부실 등과 관련해 카드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결국 정부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강도 높은 시장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지 못하면서 신규 회원 수 증가율도 이전같이 않다. 국내 카드산업의 성장속도는 '고속형'에서 '안정형'으로 돌아섰다.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진입한 국내 카드산업은 이미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급속한 성장 시기를 지나면서 국내 카드산업은 어느새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투자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현대카드를 두고 얼마 전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불황시기에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운 부분"이라며 솔직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임기가 정해져 있는 최고경영자는 재임 기간 중의 경영성과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임기제 사장은 확장보다 수성에 주력하기 마련이다. 과감한 사업재편을 통한 기술혁신보다 사업 부문 간 조정자 역할에 더 충실하다.

지금과 같은 불황시기에 오너 기업이 재평가 받는 가장 큰 이유도 단기 성과주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 때문이다. 현대카드 역시 정태영 부회장의 주도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다. 불황 속 경영자의 뚝심이 기업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감케 한다. 국내 카드산업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자생존을 위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의 '야성'이 메마른 카드 생태계에 단비가 되길 기대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제공=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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