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횡재세' 대신 2조짜리 '상생금융'
캐시백·서민금융재원 출연…은행 자금중개·주주환원 부작용 우려도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15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 위원장, 이 금감원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이태훈 은행연합회 전무. (출처=뉴스1)


[딜사이트 이보라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고금리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은행에 대한 '횡재세' 입법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권은 2조원짜리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의 서민 이자감면 지원은 캐시백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상생금융 압박이 계속되면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해 자금중개 기능이 축소하고 주주환원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내달까지 상생방안 마련...2조원대 규모 예상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과 지방금융지주(BNK‧DGB‧JB) 회장들이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당국과의 간담회에서 다음달까지 자발적인 상생금융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행권 상생금융 방안은 2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전날 은행권에 횡재세법 규모를 기준으로 삼을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횡재세법은 금융회사가 지난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넘는 순이자수익을 얻으면, 초과이익의 40%까지 징수한다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한다면 올해 상반기 순이자수익을 고려할 때 은행권에서 약 1조9000억원이 횡재세로 걷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금리부담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상생금융 방안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금융권 공동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수익이 많은 5대 금융지주가 1조5000억원 수준을 부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연합회 분담금 기준은 대체로 당기 순익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해 순이익이 가장 높은 KB금융이 지원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은 3분기까지 총 15조64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 4조3704억원 ▲신한금융 3조8183억원 ▲하나금융 2조9779억원 ▲우리금융 2조4383억원 ▲농협금융 2조45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방 금융지주(BNK·JB·DGB)는 1조575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BNK금융 6570억원 ▲JB금융은 4934억원 ▲DGB금융은 424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 이자감면 방안 '캐시백' 거론


은행권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이자를 줄여주는 방식을 추진한다. 당국이 실질적인 감면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만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납부한 이자를 돌려주는 캐시백 방안이 거론된다.


앞서 하나은행과 신한금융지주에서 캐시백 형태의 지원을 발표했다. 지난 3일 하나은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정 기간 약 11만명이 납부한 이자 중 약 665억원을 캐시백해주는 방안이다.


신한금융도 지난 6일 약 1000억원 규모의 취약 금융 계층 지원 방안을 내놨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상생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기한을 1년 연장하고 대상을 늘리는 데 610억원, 소상공인·청년 금융 부담 완화 부문에 440억원을 새로 투입한다.


우리은행은 ▲저금리 대환대출 공급 확대 ▲자영업자 입출식통장 특별우대금리 도입 ▲청년전용대출 한도 확대 등의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연체 중인 소상공인에게는 이자 면제를 고려하고 청년층 대상으로도 이자 캐시백과 일부 감면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상생금융 재원 중 일부는 서민금융지원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은행은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고 있다. 올해 출연액은 1147억원인데 최대 500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상봉 한양대 교수는 "캐시백 형태보다는 실질적인 서민에게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금을 늘리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 외국계‧인터넷은행도 동참할까


전날 간담회에서 외국계‧인터넷은행이 거론되면서 이들 은행들도 상생금융 행보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김주현 위원장은 "법률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계 은행들도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분구조라든지 여러 특혜를 주는 이유는 기존 금융 시스템이 못하던 걸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과연 그런 역할을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과 외국계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순이익의 규모가 작아 상생금융 지원에 동참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외국계은행의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제일은행 3132억원 ▲씨티은행 2520억이다. 인터넷은행은 3분기까지 ▲카카오뱅크 954억원 ▲케이뱅크는 132억원을 기록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필요하면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참해야 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으나 이미 중저신용자을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을 많이 실천하고 있고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규모가 시중은행 대비 작다는 점 등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취지대로 중‧저신용자 포용책을 많이 펼치고 있다. 토스뱅크는 2021년 10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2년간 중도상환한 고객 15만8000명에게 수수료를 무료로 지원했다. 무료로 상환한 규모는 총 3조9000억원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8월과 9월에 중저신용자 대출 상품 금리를 최대 연 1%포인트(p)씩 인하한 데 이어 15일에도 최대 3.3%p 내려 총 세 차례 인하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5일과 31일 중신용대출 금리를 각각 0.5%p, 0.75%p 인하했다.


외국계 금융사의 경우 상생금융에 동참해 수익성이 악화한다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양대 교수는 "외국계 은행이 국내 시장에서 이탈하는 이유에는 관치금융도 있다"고 말했다.


◆ 수익성 악화 불가피…자금중개·주주환원 축소


은행권에서는 상생금융 명목으로 재원 납부가 이어지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익성이 악화하면 자기자본이 감소해 은행의 주기능인 자금중개 기능도 위축한다. 현재 자기자본비율은 8% 이상을 맞춰야 하는데 자기자본이 2조원 줄어들면 16조원 가량의 여신을 공급하지 못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이 한계기업에 여신을 지원할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주주환원 확대에도 부정적이다. 상생금융을 지원하는 만큼 이익이 줄어들어 배당이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은행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매력이 떨어져 투자자 이탈 가능성도 크다"며 "이익이 줄어들면 배당도 축소돼 주주의 권리가 박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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