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안 오른 게 없다지만 현대 인증중고차 너마저
경쟁사보다 200만원 이상 비싸…기존 중고차값만 오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08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남 양산 소재 현대 인증중고차 센터 전경(제공=현대차)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1부장] 정확지는 않지만 서울올림픽이 개최됐던 즈음 아버지가 첫차를 구매했다. '엑셀1(포니엑셀)' 모델이었는데 아는 사람이 중고차 매매를 하고 있어 "시중가보다 싸게 샀다"며 좋아하던 모습과 드라이브를 가기 위해 시동을 걸었는데 핸들락 문제로 실망하며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이후 아버지는 잔고장이 잦았던 엑셀1을 구매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헐값에 팔아치웠다.


첫차에 대한 추억이 뼈아팠는지 아버지는 이후 신차만 고집하셨다. 이 덕분인지 기자의 생애 첫차 역시 과분하게도 신차였고, 결혼 당시와 5년 전 차량을 구매할 때도 중고차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물론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국산 신차 값이면 중고차 시장에서 더 고급모델 혹은 소위 하차감 좋은 수입차 구매도 가능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엑셀1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던지라 기자에게도 중고차는 논외의 대상이었다.


중고차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최근이다. 지난달 18일, 1박 2일로 현대 인증중고차 기자투어를 다녀온 후배가 "새차와 진배없다"는 공치사를 여러 차례 날린 까닭이다. 아울러 사업 시작 전부터 많은 말을 낳았기에 본격 판매가 시작된 24일, 기대감을 갖고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바로 든 생각은 "이 가격이면 신차를 사지 왜"였다. 차종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동일연식에 엇비슷한 거리를 뛴 차량을 다른 중고차 사이트에서 검색해 본 결과 최소 200만원 이상 비쌌고, 신차 가격과도 300~4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질 않아서다.


이쯤 되니 현대차가 인증중고차 사업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나아가 신차를 팔기 위한 미끼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판매가격에 현대차가 밝힌 중고차 매입조건까지 더해 보니 애당초 소비자는 배제돼 있단 생각이 들었다. 


우선 중고차의 경우 운전이 서툴거나, 당장 차가 필요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건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차가 내세운 상품화 과정 역시 차이는 있겠지만 중고차 업자들도 하고 있는 일이다. 게다가 이 회사가 매입하는 차량은 5년, 10만 킬로미터 미만에 중고차 등록이 된 적 없는 물량으로 국한돼 있다. 문제가 생기는 게 더 이상한 차량을 정밀하게 상품화했다는 이유로 더 비싸게 파는 것이니 현대 인증중고차를 색안경 끼고 볼 수밖에.


사실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을 당시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고 반대로 소비자 대다수는 찬성했다. 기존 중고차 시장이 허위·미끼 매물은 물론이거니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던 대표적 '레몬마켓'이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현대 인증중고차 가격이 공개된 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존 채널의 중고차 가격까지 오르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현대차가 여전히 내수 고객을 호구로 보고 있다" 등 거친 언사도 나온다. 쏘나타 2000만원, 그랜저 3000만원 하던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중고차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길 바랐던 열망이 깨지면서 배신감이 커진 결과 아닐까. 나아가 내수 차별이란 오래된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몫 거든 것으로 풀이된다.


라면과 우유, 전기료, 가스비, 대중교통비까지 안 오른 걸 찾기 힘든 세상이 됐다. 신차 가격 역시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상됐으니 중고차 값도 상향조정 되는 게 맞다. 단, 전제 조건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금액이어야 한다. 현대 인중중고차 사업이 이제 막 첫 발을 뗐다. 아직은 매물이 풍족치 않기에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게 성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가격 정책은 소비자를 납득시키기 어려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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