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동산금융의 뉴노멀
개발사업에 시행사 자기자본 비중 높여야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08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요즘 건설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2020~2022년 부동산 거품이 절정이던 시절 사들인 부지에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막혀있으니 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다. 본PF 전환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 20%에 달하는 고금리의 브릿지론 이자만 매달 빠져나가고 있다. 다행히 대부분 사업장이 이자 후취인 덕분에 아직 부실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높은 금융비용 탓에 사업성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개발사들은 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정부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서 PF대출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그리고 증권사들의 고금리 장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하나도 틀리지 않는 말들이다. 하루빨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인 것도 맞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하나 든다. 금리 인상으로 불거진 경기 악화가 왜 하필 건설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되는 걸까. 반도체와 조선, 해운, 화학, 제조, 유통, 금융 등 모든 산업이 고금리 여파로 힘들어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업체들이 존폐의 위기에 처한 곳은 사실상 건설부동산 시장이 유일하다.


이는 그동안 건설사와 시행사들이 외부 자금조달에 크게 의존해 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5000억원 규모의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벌인다면 이중 시행사가 출자하는 자기자본 비중은 5~20%에 그친다. 금액으로는 250억~1000억원인데, 이마저도 외부에서 대출을 받아 메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송파 헬리오시티(제공=현대건설)

결국 외부에서 끌어와야 하는 자금의 비중이 무려 80~95%에 달한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러니 금융비용 부담이 크고 최근처럼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할 정도다.


해외 개발사업은 다르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중이 최소 50%를 넘는다. 자연히 외부 자금조달에 의존하는 비중이 낮고 외부 변수에 흔들릴 가능성도 줄어든다.


시행사들은 증권사들이 PF대출을 주선해주는 과정에서 각종 컨설팅과 수수료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이익을 챙겨간다고 지적한다. 법정 이자율이 연 20%로 정해졌지만 사실상 이를 초과하는 이자를 가져간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런 불합리한 시장 관행이 판을 치는 와중에도 시행사들이 증권사로 PF대출을 받으러 가는 것도 현실이다. 자신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그렇다고 PF대출을 받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안 되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찾아간다. 자기자본이 워낙 적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고금리 논란이 있어도 증권사로부터 PF대출을 받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개발사업은 적은 자본으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성공만 한다면 투입 자본 대비 수십배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실제로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가 부동산 호황으로 이어지면서 일확천금을 손에 쥔 개발사들이 넘쳐났다. 그들을 지켜본 수많은 이들이 개발업에 뛰어들었다가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이제는 부동산 개발업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개발사업에 출자하는 시행사의 출자 비중을 대폭 상향하고 외부 자금조달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 자기자본 비중이 올라가는 만큼 수익률은 줄겠지만 반대급부로 사업 안정성은 높아질 수 있다. 영세한 시행사의 난립을 막고 대형 디벨로퍼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금융 시장의 뉴노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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