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가 지난 7월 결성한 페트라9호의 마수걸이 투자처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을 낙점했다. '주포' 바통을 넘긴 페트라8호와 함께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합작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인베스트는 최근 페트라9호를 활용해 에코프로이노베이션에 11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7월말 투자한 912억원을 더하면 총 2012억원 규모다. IMM인베스트는 당시 에코프로이노베션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페트라8호로 투자금을 납입했다. 페트라8호는 이 투자를 마지막으로 미소진자금(드라이파우더)을 모두 소진했다.
IMM인베스트가 에코프로그룹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에코프로그룹 지주사인 에코프로에 400억원, 지난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50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올해는 에코프로비엠 전환사채(CB) 550억원어치를 인수하고,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유상증자까지 참여했다. 2차전지를 핵심 성장 산업으로 점찍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에코프로 투자로는 4배(300%) 넘는 매매차익을 거두는 등 준수한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눈에 띄는 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도 하방이 보장된 안정적인 구조를 짜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을 노릴 수 있는 메자닌 방식으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했고,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경우 일정 기간 내 기업공개(IPO)에 실패할 경우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매수청구권)을 계약 내용에 포함했다.
신규 결성한 페트라9호도 이와 비슷한 기조로 운용할 예정이다. '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위험분산(리스크 헷지)에 힘쓰는 게 골자다. 개별 딜(deal)마다 투자원금 회수를 염두에 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는 전략을 편다는 구상이다.
페트라9호는 지난 7월 5300억원 규모로 출범한 PEF다. 1780억원을 출자한 국민연금을 주축으로 교직원공제회, 총회연금재단, 건설근로자공제회 등이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합류했다. IMM인베스트는 내년 말까지 멀티클로징(증액)을 추진해 펀드 약정총액 규모를 2조원까지 늘린단 구상이다. 국내에서 1조2000억원, 해외에서 8000억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펀드레이징(자금 모집) 작업은 순조롭다. 1차 결성 후 사학연금, 산재보험기금,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기관 출자자를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포섭했다. 석 달 만에 1400억원을 추가 확보하며 약정총액 규모를 6700억원까지 확대했다.
펀드 운용은 하우스 핵심인력이 도맡는다. 변재철 대표가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핵심운용인력으로 구재윤·나성민 상무, 진만·김현중 이사가 참여한다. 에코프로, 크래프톤, 셀트리온 등 IMM인베스트의 시그니처딜 투자를 합작해온 팀이다.
투자재원은 2~3년 내 빠르게 소진할 계획이다. 개별 기업에 1000억원 이상씩 투자해 10개사 안팎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목표다. 2차전지, 바이오 등 성장 산업에 속한 기업이나 기술력을 확보한 곳이라면 대기업 계열사여도 투자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IMM인베스트 관계자는 "저성장 국면에서 성장 산업에 투자하는 만큼 펀드 자체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곳에 신중하게 투자할 것"이라며 "개별 건마다 최소 5~6%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화 투자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MM인베스트가 페트라9호를 목표한 2조원 규모로 결성할 경우 2015년 이후 신규 블라인드펀드 규모를 2배 이상 키운 기록을 이어가게 된다. 페트라5호는 723억원, 페트라6호는 2350억원, 페트라7호는 4500억원, 페트라8호는 968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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