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리포트]
현대엘리베이터
쉰들러·KCGI 양쪽 압박에 진퇴양난
①쉰들러 매도·KCGI 매수…주가 올랐지만 '불안'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3일 10시 5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과거 쉰들러 홀딩스AG(이하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든든한 아군이었다. 현대그룹이 왕자의 난으로 쪼개진 이후 현정은 회장은 여러차례 경영권 위협을 받게 되는데, 방패막 역할을 해 준 곳이 바로 쉰들러다. 


실제 지난 2006년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4%를 취득하면서 보유 목적으로 "제휴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과 긴밀한 협의 하에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우호세력인 줄 알았던 쉰들러는 현대상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현 회장에게서 등을 돌렸다.


쉰들러는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소량씩 여러 번 나눠 처분하고 있다. 매각의 표면적 이유는 '투자금 회수'다. 시장에선 이를 '또 다른 방식의 경영권 위협'으로 간주했다. 의도적으로 주식 가치를 떨어트리는 방법으로 현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한쪽에선 행동주의 펀드가 지배구조 투명성을 문제 삼고 있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자산운용의 타깃이 된 것이다. 쉰들러와 상충되게 KCGI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입장에선 지분을 처분하는 쉰들러, 취득하는 KCGI 양쪽 모두 달갑지 않다. 


◆아군인줄 알았는데…쉰들러 5개월째 엑시트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12만7365주를 처분했다. 평균 처분단가는 4만4704원으로, 쉰들러는 3일간 약 57억원을 현금화했다. 


쉰들러는 이달에만 주식을 처분한 게 아니다.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내던진 주식 수는 총 158만9523주다. 쉰들러는 지분 매각의 사유를 "투자금 회수"라고 밝혔다. 


쉰들러는 지난 2012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35%까지 확대할 때도 적대적 M&A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쉰들러가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쉰들러가 탐낼 만한 기업이다. 당시에는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취득하려 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 


지난 5개월 간 쉰들러가 처분한 주식 수는 현대엘리베이터 매도 거래량(1888만2358주)의 약 8%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적지 않은 물량이다. 현금이 필요해 대량의 주식을 처분할 때는 블록딜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쉰들러는 장내 거래를 택했다.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쉰들러의 주식 매도를 단순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보지 않는 이유다. 


손실을 따지지 않고 주식을 처분했단 점도 오너일가 압박이란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6월 29일 쉰들러는 주당 4만785원에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일부를 처분했다. 연속 하락장에 이전 거래 때보다 처분 단가가 낮아졌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작년 말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5.5%를 쥔 주요 주주였다. 당시 현대홀딩스컴퍼니 지분이 10.6%로, 단일 주주로는 쉰들러가 최대주주였다. 지속된 매도 거래로 쉰들러의 지분은 12.11%까지 줄었다.


(제공=현대엘리베이터)

◆행동주의 타깃 된 현대엘리베이터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흔들기에 한때 주가가 빠지긴 했지만, 쉰들러 매도 전후 주가를 비교하면 오히려 상승했다. 


쉰들러가 첫 매도 거래한 날은 지난 6월 19일로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4만3450원이었다. 공시상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0월 20일 주가는 4만5450원으로 첫 매도 당시 보다 4.6% 뛰었다. 


떨어지다가 금세 회복했단 얘기인데, 시장에선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을 주목하고 있다.


KCGI자산운용은 '코리아증권투자신탁1호', '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등 펀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약 2% 취득했다. 공시한 운용보고서를 보면, 취득 시점은 지난 4월 이후로 추산된다. 지난 8월 제출한 코리아증권투자신탁1호 펀드 운용보고서를 보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비중은 4.55%로 삼성전자우선주(17.32%) 다음으로 많이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 펀드 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비중은 5.84%로, 지난 7월 보고서 제출 당시 4.51% 보다 높아졌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쉰들러가 엑시트 한 지분을 KCGI가 그대로 받아낸 꼴"이라고 말했다. 


KCGI가 주가 하락을 방어해주고 있지만, 현대엘리베이터에 우호적인 주주는 아니다. KCGI는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에 현정은 회장과 이사회 분리를 통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을 골자로 한 주주서한을 보냈다. '행동주의' 대상이 된 현대엘리베이터는 또 다른 대응 방안 마련에 봉착한 셈이다. 


KCGI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KCGI 측은 "주주서한에 대해 현대엘리베이터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무기한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추가 행동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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