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횡재세의 '명분'
금융지주, 향후 NIM 하락 불가피···헛갈리는 당국의 스탠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0일 08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대 금융지주(출처=딜사이트DB)


[딜사이트 이성희 차장]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됐다. 두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다. 모두 3분기 누적 실적을 기준으로 삼았단 점, 그리고 3분기에도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에 나섰다는 점이다. 


3분기 누적 실적을 기준으로 삼은 데에는 3분기 실적이 저조했기 영향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KB금융을 제외한 4개 금융지주가 모두 순이익이 급감했다. KB금융도 0.44% 증가에 그쳐 비슷한 이익규모를 유지했다.


그렇다면 금융지주들의 3분기 저조한 실적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충당금 때문이다. 총 영업수익 자체는 작년 동기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늘어났음에도 순이익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 이유이다.


금융지주의 수익성은 앞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당분간 하락 추세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예대마진)에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은행이지만, 고금리 상황에 따라 예금금리도 인상하다보니 조달금리가 상승하며 예대금리차가 좁혀지고 있다. 여기에 가계대출 규모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가계대출 확장은 어느 정도 제동이 걸렸다. 대출을 발생시켜야 수익을 얻는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이유다. 모든 금융지주들이 3분기 이자이익을 방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기업대출 성장을 꼽았다. 


게다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은행들의 연체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손실흡수능력을 키우기 위한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이 모든 금융지주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올해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충당금 규모만 8조6840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161.6%(3조3194억원) 증가한 수치이다. 반대로 5대 금융지주의 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4조4222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139억원) 대비 11.8%(5917억원) 줄었다.


그럼에도 비상장사인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4곳은 2분기와 동일한 주당 배당금으로 분기배당을 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람을 타고 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정부가 '부담금' 형식의 은행권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다는 얘기다. 은행이 고금리 시기를 틈타 '이자장사'로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50년 만기 대출 상품을 금지하고 특례보금자리론도 축소했지만, 가계대출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은행 자금조달 경쟁에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주문까지. 은행의 대출금리는 큰 폭으로 뛸 수밖에 없다. 


대출 금리 상승에 따라 예금금리도 함께 올리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당국은 또 예금 및 적금 금리 상승을 자제하라고 또 압박한다. 어떻게보면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당국이 조성하는 느낌까지 든다. 


대체 뭘 원하는 건지 몰랐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은행에 '이자장사' 프레임을 씌우고 결국 횡재세를 걷기 위함이었나. 


은행이 자산을 운용하고 번 수익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뺀 것이 은행의 이자이익 원천인 순이자마진(NIM)이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5대 대형은행의 NIM은 2.67%로 국내 5대 은행 NIM(1.63%) 보다 1%포인트(p) 이상 높았다. 미국 대형은행 평균 NIM은 3.06%에 달한다. 국내 은행에 과도한 이자장사라는 꼬리표를 붙이기엔 금융 선진국인 미국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다시 한 번 되짚어보면 금융지주의 실적은 상반기까지가 피크였던 것 같다. 그것도 주식시장 상승세에 따른 운용수익 증가 등 비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한 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한동안 주식시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금융지주들은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NIM 하락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횡재세의 명분(은행의 초과수익)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횡재세를 영어로 'windfall'이라고 한다. 나무의 과일을 따기 위해선 나무에 올라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데, 마침 바람이 불어서 저절로 과일이 떨어지는 횡재를 얻었다는 뜻이다. 반대로 'windfall loss'라는 말도 있다. 우연의, 의외의 손실을 뜻한다. 부디 당국은 횡재세라는 '횡재'를 추구하다 뜻하지 않은 의외의 손실을 맞딱뜨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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