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책임공방 속 밀려난 피해보상안
LH·GS건설, 검단 신도시 아파트 수분양자 피해보상 집중해야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6일 14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 모습. (출처=뉴스1)


[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세월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난제다. 사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달걀을 낳는 닭이 먼저인지, 닭으로 자라기 이전 단계인 달걀이 먼저인지에 대해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를 찾는 게 우선일까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생긴 피해를 보상하는 게 먼저일까. 이 문제도 선후관계를 따지기 어렵다. 보상을 책임질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 계획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 문제에 대해 시공사인 GS건설과 시행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여전히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에 대한 의미없는 논의만 이뤄진 결과 수분양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안 마련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 시공사와 시행사는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기 바빴다. 시공사는 시행사에게, 시행사는 시공사에게 그 잘못을 미루며 본인들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 설계 과정에서는 전단보강근이 빠진 데 이어 시공 과정에서도 철근이 누락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감리 과정에서도 이를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설계와 시공, 감리 등 총체적인 부실이 사고의 원인이 된 셈이다.

GS건설은 전면 재시공까지 내걸며 보상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합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여전히 설계에 대한 시시비비를 강조하며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이 문제에서 GS건설과 LH 모두 잘못이 있다. 시행사는 설계 과정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했고 시공하는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시공사도 당연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LH는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설계변경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설계 변경을 최종적으로 검수하는 건 시행사인데 말이다.

시공사와 시행사가 책임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건 수분양자들이다. 이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청약을 했고 당첨돼 기쁨을 누렸을 사람들이다. 하지만 입주를 앞두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붕괴사고가 발생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물론 책임 소재를 밝히는 단계는 필요하다. 이후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붕괴사고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안 마련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현재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과정을 보고 있으면 조금이라도 책임을 덜기 위한 변명을 하고 있을 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피해자는 붕괴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에 입주를 기다리고 있던 수분양자들이다. 붕괴사고를 야기한 시공사와 시행사가 책임을 덜기 위한 논쟁보다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은 수분양자들에 대한 명확한 피해보상안일 것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83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