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등 DNA'를 되찾아라
삼성전자, 실적 회복세 돌입...시장 주도할 연구개발과 경영진 판단 중요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3일 17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왼쪽에서 두번째) 삼성 회장이 삼성 반도체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삼성전자의 실적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우려가 높아졌지만, 얼마 전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은 2분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어느 정도 회복세에 들어가면서 2분기에 비해 매출은 11% 이상 증가한 67조원, 영업이익은 258% 증가한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언젠가부터 '1등 기업'이 되겠다는 집착과 삼성만의 제품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선 안타깝다. 적자의 늪에 빠진 실적을 끌어올리거나 시장 트렌드에 맞춰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업계는 산업 자체를 선도하고 어느 분야에서든 1등을 고집했던 삼성전자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애플에게, 가전을 LG에게,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SK하이닉스에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를 TSMC에게 각각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물론, 삼성전자도 절치부심하고 있다. 다시 1위를 탈환하기 위해 폴더블 스마트폰과 차세대 반도체인 HBM3E, DDR5 등을 무기로 내세웠다. 폴더블폰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명실공히 삼성전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실제로 지난 3분기 실적을 방어한 것은 모바일 기기를 담당하는 디지털경험(DX)부서였다. 3분기에는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 등 신제품 출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 빠진 만큼 경영진의 '1등 DNA'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HBM분야 후발주자가 되면서 시장 선점을 놓쳤다면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 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초고성능 HBM3E D램인 '샤인볼트'(Shinebolt)와 업계 최고 수준의 속도인 32Gbps D램 GDDR7 등을 잇달아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차세대 11나노급 D램도 업계 최대 수준의 집적도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기술을 강조하는 만큼 연구개발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합니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합니다"고 말하며 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의 의지를 반영하듯 지난 2·4분기 삼성전자의 시설투자액은 14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또한 삼성전자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국내 360조원을 포함한 총 450조원의 투자를 집행할 전망이다.


이 회장이 취임한지 올해로 1년이 됐다. 이제는 잃어버린 1등 DNA를 찾아야 할 때다. 기술 연구와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경영진의 현명한 사업적 판단이다. 투자와 비례하는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단기적인 실적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선도하고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하는 삼성전자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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