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양종희號 출항
안정이냐 쇄신이냐…계열사 CEO '촉각'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10명 연말 임기만료…대규모 세대교체 무게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9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양종희 신임 회장의 취임을 앞두고 KB금융지주(KB금융)의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년 만에 수장을 교체한 KB금융이 기존의 진용을 유지할 지, 대규모 교체를 통한 쇄신 인사를 단행할지 주목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내달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양종희 부회장을 회장으로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선 양 회장 선임 후 진행될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대규모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9개 계열사 대표 10명, 연말 임기 만료 앞둬


현재 KB금융은 계열사 11곳 중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총 10명의 CEO(최고경영자)가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KB금융은 통상적으로 12월 중순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왔다. 지난해의 경우 임기 만료를 앞둔 8개 계열사 중 7곳의 최고경영자가 재선임됐다. 당시 윤종규 전 회장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무리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역시 KB금융의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12월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작년과 달리 올해 사장단 인사는 양 회장 선임 후 첫 번째로 단행되는 만큼 대규모 세대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KB금융이 9년 만에 회장을 교체한 상황에서 큰 폭의 변화에 좀 더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해 1월 취임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창권 KB국민카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대표들이 3년 이상 재임한 것도 대규모 교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KB금융 계열사 대표는 기본 2년 임기 이후 회사 실적 또는 그룹 내부 사정에 따라 추가로 1년씩 연임이 가능하다.

이밖에 임기 종료를 앞둔 계열사 사장 중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가 윤종규 회장이 육성하거나 영입한 인물이라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더한다.


◆ 박정림 KB증권 대표 거취 '관심'…라임 펀드 징계 결과 변수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최대 관심사는 박정림 KB증권 대표의 향후 거취다. 앞서 박 대표는 KB금융 회장 경영승계 과정에서 계열사 대표 중 유일하게 1차 숏리스트에 들었다. 현재로선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향후 거취가 불투명하다는 업계의 중론이다.


박 대표의 경우 라임 펀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징계 결과가 연임 전망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20년 1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에 따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위반 등을 이유로 박 대표에게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징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임기를 마친 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림 사장에 대해 문책 경고를 의결할 경우 연임은 물론 금융사 재취업도 불가능하다. 박 사장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금융위 정례회의는 국정감사 시즌인 10월 말 이후에야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왼쪽 상단)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박정림 KB증권 대표, 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왼쪽 하단)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제공=KB금융)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박정림 대표의 경우에는 연임 혹은 부회장직으로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편 라임펀드 사태로 받은 중징계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동시에 나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저축銀‧카드‧캐피탈, 실적 부진에 연임 전망 '부정적'


대표 교체가 가장 유력한 곳은 KB저축은행이다. KB저축은행은 올해 극심한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둔 허상철 대표의 연임 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KB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1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순이익 108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KB금융의 11개 계열사 중 올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한 곳은 KB저축은행이 유일하다.


이밖에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도 업황 악화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KB국민카드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2480억원 대비 21.5% 감소한 1942억원을 기록했다. 황수남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KB캐피탈 역시 전년 대비 28.9%(434억원) 줄어든 1068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부진했다.


일부 계열사의 경우 대표 연임이 점쳐지기도 하는 상황이다. 적자 전환한 KB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의 올해 경영실적이 비교적 우수한 편이기 때문이다.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이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다. 이 행장은 디지털 부문에서 성과를 내는 등 취임 후 회사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단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15년 양 회장이 지주 부사장을 지낼 당시 이 행장은 재무총괄 상무를 맡아 실무를 함께한 경험이 있다. 이에 이 행장 연임 시 지주와 은행 간의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높다.


2021년부터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김기환 대표 역시 두드러진 실적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 취임 전 실적 하락세를 보이던 KB손보는 2021년 2813억원, 2022년에는 56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KB손보는 상반기에만 525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KB금융 내 비은행 계열사 중 실적 1위를 차지했다. KB금융 안에서 4%대에 불과하던 KB손보의 실적 비중은 17%까지 상승했다.


향후 계열사 수장 인사는 양 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 계열사 대표는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위원회는 계열사 대표 후보자의 자격요건 검증을 비롯해 후보자 심사 및 선정 등을 수행하게 된다. 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 상임이사 1명, 비상임이사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KB금융 회장이 맡는다.


양 회장은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에 관련해 "이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경쟁력을 도모하고 임직원의 헌신을 이끌어내는 리더십 등을 고려해 발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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