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올해 3분기 부채자본시장(DCM)에서 이변을 일으켰다. 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DCM 전통의 강자들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면서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1~3분기 누적 대표주관 실적에서도 3위인 한국투자증권을 바짝 쫓으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KB증권은 누적 대표주관 실적 1위를 기록하면서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이는 공모 수요예측을 거쳐 3분기 내 발행을 마친 일반 회사채(후순위채 포함) 기준이다. 하이브리드 성격인 신종자본증권은 제외했고,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는 금융채·자산유동화증권 등도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할 경우 NH투자증권이 KB증권을 제치고 누적 1위에 오르는 등 DCM 대표주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모습이다.

◆ 돌풍 일으킨 신한투자증권…금융회사 딜 중심으로 성과

2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3분기 신한투자증권은 1조6295억원 규모의 공모채 대표주관 실적을 기록, 이 기간 대표주관 1위 증권사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까지 4위에 머물렀던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다수 금융회사의 회사채 발행 딜(Deal)을 수임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NH투자증권의 2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단독으로 대표주관한 데 이어 ▲한국투자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등의 딜에서 공동대표주관을 맡았다.

신한투자증권은 에코프로, KT&G 등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의 주관사단에서도 연이어 이름을 올리면서 대표주관 실적을 쌓았다. 에코프로는 KB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했고, KT&G는 KB증권·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단으로 꾸렸다. 회사채 시장 대규모 이슈어(issuer) 그룹으로 꼽히는 SK그룹에서도 신한투자증권은 SK E&S, SK에코플랜트, SK실트론 등의 딜에서 공동 대표주관을 맡는 성과를 나타냈다.

신한투자증권의 누적 대표주관 실적은 5조3700억원으로 4위(13.14%)로 집계됐다. 지난 상반기에도 누적 4위였던 신한투자증권은 3위인 한국투자증권과의 격차를 1조원에서 4000억원 이내로 좁혔다.

◆ 1~3분기 누적 선두 지켜낸 KB증권…연간 1위도 '눈앞'

1~3분기 누적 대표주관 선두는 KB증권이었다. KB증권은 이 기간 7조8729억원 규모의 대표주관 실적을 쌓아 점유율 19.27%를 기록했다. 지난 10여년간 DCM 회사채 주관 실적 1위를 점하고 있는 KB증권은 지난 2분기엔 NH투자증권에, 3분기엔 신한투자증권에 각각 1위 자리를 내줬지만 누적 기준으로 보면 올해도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2위인 NH투자증권과의 차이는 지난 상반기 2000억원 수준으로 좁혀졌지만,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6000억원으로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KB증권은 올 3분기 한화생명 후순위채(발행액 5000억원)를 비롯해 SK㈜(4100억원), KT(4000억원), KT&G(3000억원) 등 대규모 발행 딜에서 잇따라 공동 대표주관으로 참여했다. 상반기 LG·롯데·HD현대그룹의 딜을 대부분 수임했던 KB증권은 3분기 LG그룹·HD현대그룹의 발행 부재 속에서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렌탈 등의 주관사단에 참여, 롯데그룹과의 돈독한 관계를 이어갔다. 

다만 단독 대표주관 딜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코리아에너지터미널은 AA-의 높은 신용등급에도 모집액(300억원)을 개별민평금리보다 19bp(1bp=0.01%포인트) 높은 금리에 완판시켰다. 다올투자증권과 이랜드월드, 제이알글로벌리츠 등 나머지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단독 대표주관 딜에서는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 NH證, 신종자본증권 활약에도 아쉬운 순위…SK, 미래에셋 제치고 5위 꿰차

NH투자증권은 누적 7조2799억원 규모의 대표주관 실적을 쌓아 2위를 유지했다. 1위인 KB증권이 ▲SK실트론(A+) ▲SK에코플랜트(A-) ▲현대로템(A0) ▲㈜한화(A+) ▲AJ네트웍스(BBB+) ▲SLL중앙(BBB+/BBB0 스플릿) 등 비우량 회사채 딜에서 주관사단에서 빠진 사이 NH투자증권이 자리를 꿰차, 모두 흥행으로 이끌어내면서 존재감을 공고히 다졌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신한금융지주(5000억원), 지역난방공사(2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단독 주관을 맡았지만, 집계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3분기까지 누적 집계에서도 3위(5조7472억원)를 기록했다. 3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9489억원 규모의 대표주관 실적을 쌓았다. 확정 발행액이 4000억원 규모였던 연합자산관리 공모채를 SK증권과 공동으로 대표주관을 맡은 데 이어, 동원F&B 공모채를 단독으로 주관한 것이 3분기 한국투자증권의 주요 딜로 꼽힌다. 신용등급 A+인 동원F&B는 1000억원 규모 모집에 나서 362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아 총 155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5위 자리에는 SK증권이 근소한 차이로 미래에셋증권을 밀어내고 이름을 올렸다. 지난 상반기 5위를 차지했던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대표주관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1~3분기 누적 딜 수임 실적이 3조9301억원에 그쳤다. 반면 SK증권은 3분기 SK E&S, SK에코플랜트, SK실트론 등 SK그룹 물량을 비롯해 한국투자금융지주, 연합자산관리, AJ네트웍스 등 딜에서도 주관사단에 참여하면서 누적 4조724억원 규모의 대표주관 실적을 쌓았다.

이어 삼성증권(3조4367억원)과 키움증권(1조5549억원)이 각각 7위와 8위를 유지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상반기 6593억원 규모의 대표주관 실적을 쌓아 '1조 클럽' 진입 기대감을 높였지만, 3분기 대표주관 실적이 90억원에 그치는 '뒷심 부족'을 보였다. 누적 대표실적은 6683억원으로 9위에 집계됐다. 하이투자증권은 3분기 대표주관 딜이 전무했지만 순위는 상반기와 동일하게 10위에 머물렀다. DCM 대표주관이 대형 증권사에 몰리는 양극화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백승룡 기자 rsa54@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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