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의 세계
권혁민, 웃돈 주고 주식 확보 왜
③CB 콜옵션, 시세보다 비싸게 취득해 전환…지배력 강화·배당 확대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0일 16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도이치모터스)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도이치오토모빌그룹 오너 2세인 권혁민 대표이사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권 대표가 경영권을 온전히 승계받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섰음에도 지분율이 미비한 데다 추후 호실적에 따른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도이치모터스는 2021년 2월 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면서 최대주주인 권오수 회장과 아들 권혁민 대표, 권 회장 부인 안복심 씨 총 3인에게 최대 90억원의 콜옵션을 부여했다. 최대주주 지배력 희석을 방어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콜옵션 행사 기간은 CB 발행 1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이었다.


권오수 회장과 권혁민 대표, 안복심 씨는 작년 5월 콜옵션 권리를 행사했고 각각 ▲103만1509주 ▲15만8927주 ▲5만3344주의 CB를 받았다. 전환가액은 주당 7236원이었는데, 이 시기 회사 주가가 1만원을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오너일가는 시세보다 약 35억원 저렴하게 주식을 확보한 셈이다.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수차례 전환가액 조정(리픽싱)이 이뤄졌으나, 권 회장 일가는 올해 2월 콜옵션 만료 기간에 맞춰 할당된 CB 취득을 완료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권혁민 대표가 현 시세보다 값을 더 많이 치르면서까지 주식수를 늘리고 있단 점이다. 권 대표는 부친과 모친이 보유한 CB 중 일부(7만4145주)를 장외매수했고, 해당 CB와 기존에 보유 중이던 CB까지 더해 모두 주식으로 전환했다. CB의 전환가액은 6177원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5940원(종가 기준)보다 237원이나 비쌌다. 바꿔 말하면 장내에서 직접 주식을 사는 것보다 손해를 봤단 의미다.


시장에선 권혁민 대표가 도이치오토모빌그룹의 수장을 맡은 것과 달리 그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최대주주는 지분율 27.7%의 권오수 회장이며, 권 대표는 4.8%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되려면 지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단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권 대표가 자기자금을 활용해 조금씩 주식을 매입하고 있단 점은 이를 방증한다. 권 대표는 지난 1년간 도이치모터스 주식 7만3000주를 총 4억여원에 취득한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더욱 떨어질 가능성을 의식했단 반응도 적잖은 분위기다. 현재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리픽싱 최저 한도인 주당 5066원로 주저앉은 상태다. 회사 주가는 20일 기준 5140원에 마감했는데, 이보다 고작 74원 많다. 만약 주가가 5000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이를 보통주로 전환할 때 손실이 적잖을 것으로 시장은 전망 중이다.


일각에선 권혁민 대표가 배당금 규모를 늘리기 위한 의도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BMW가 올 하반기에 볼륨모델의 신차를 대거 출시하는 만큼 도이치모터스 역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이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주식거래 등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권혁민 대표가 부친 등에게 할당된 CB를 장외에서 매수한 배경으로 증여세 절감 효과를 꼽고 있다. 억 단위의 증여 세금을 내는 대신 거래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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