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사우디 합작사 '완전자본잠식'
케이블 원료사 GACI, 작년 매출 '0'…138억 충당금 설정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1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빌딩 외관.(제공=한화)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화솔루션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합작사가 수년간 실적 부진에 시달린 끝에 결국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합작사를 설립한 지 10여년 이상 흘렀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고 한화솔루션에서 빌려간 약 140억원을 전액 손실처리한 상태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비주력사업의 정리가 필요해 보이지만 사우디와 쌓은 협력관계를 끊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사우디 전선용 복합수지 사업법인(GACI, Gulf Advanced Cables Insulation)은 만성 적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0년 300억원 수준이던 연간 매출은 2021년 230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매출이 아예 잡히지 않았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줄곧 적자를 냈다. 순손실은 2020년 163억원, 2021년 305억원, 2022년 21억원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자본금은 마이너스(-) 23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사실상 GACI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화솔루션은 GACI에 대여한 138억원을 손실충당금으로 설정했다. 과거 GACI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장부상 비용으로 미리 처리한 것이다. 대여금 상환 만기는 올해 12월이지만 이는 GACI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할 수 있도록 연장한 것으로 현재로선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GACI는 2011년 한화솔루션 출범 이전인 한화케미칼 시절에 100% 자회사 한화케미칼오버시즈홀딩스와 사우디 민간 석유화학사 시프켐이 50대 50 지분으로 설립한 전선 복합수지(XLPE) 합작사다. GACI는 지난 2015년 6월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XLPE는 케이블 시장에서 주류로 부상한 절연 재료다. 주로 초고압 케이블에 쓰인다. 당시 한화케미칼은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에 따라 초고압 케이블 사업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하고 이를 겨냥해 XLPE를 신사업으로 밀었다. 



사우디에 생산설비를 세운 한화케미칼은 저가 원료 조달로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면 글로벌 경제 성장과 더불어 GACI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GACI는 현지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중동내 생산량 증가로 수급 불균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CAGI가 설립 후 10년 이상 고전하고 있지만 한화솔루션이 법인을 정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CAGI의 설립 목적이 애초에 중동 시장 공략인 만큼 향후 중동권 네트워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케미칼은 사우디 시프켐과 CAGI 뿐만 아니라 다수의 합작사를 만들어 중동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2009년 설립한 해외법인 지주사 한화케미칼오버시즈홀딩스는 시프켐과 함께 IPC(International Polymers Company), SSPC(Saudi Specialized Products Compa ny) 등의 합작사를 만들었다. IPC는 2014년부터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을 병행 생산했고, SSPC는 금형 및 태양광용 EVA 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 사업 부진에 대해 한화솔루션 측은 "합작사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한화케미칼오버시즈홀딩스도 영향을 받았지만 당장 사업을 정리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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