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쏟은 '콘유', 무너진 롯데 체면 세울까
투자유치 난항에 영화제작비 단독 집행...BEP 관객 380만명, 조만간 넘길 듯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5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영화진흥위원회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투자·배급사인 '롯데컬처웍스'가 재무적투자자(FI)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 대부분을 떠맡은 작품인 만큼, BEP를 넘겨 체면치레를 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누적 관객수는 전일 기준 365만명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지난달 9일 극장 상영을 시작해 이날 기준으로 개봉 29일차를 맞았다. 영화의 투자·배급은 롯데컬처웍스가 주도했다. 제작은 중앙그룹 계열사인 '클라이맥스스튜디오'와 배우 이병헌이 설립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매각한 'BH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담당했다. 주연도 이병헌이 맡았다. 지난 2021년 10월 크랭크업(촬영 종료) 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BEP는 관객 약 38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해외 영화 배급사 등에 판매된 판권 금액과 인터넷TV(IPTV) 등으로 얻을 예상 수익 등이 반영된 수치다. 극장 관객 수 만으로 BEP를 산정하면 600만명이 넘는다. 영화 개봉 전 152개 국가에 판권을 선판매하는 큰 성과를 내면서 BEP가 대폭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배급사는 판권을 해외에 판매하며 50% 이상을 일종의 계약금으로 먼저 수취하고 이후 발생하는 추가 수익을 수차례에 걸쳐 배분 받는다.


한국영화 판권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BEP를 낮추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에 따르면 한국영화 편당 평균 수출가격은 지난해 9만113달러(한화 1억2038만원)를 기록했다. 2019년 대비 42.6% 상승했다. 총수출액은 7144만달러(한화 955억원)로 동 기간 88.6% 늘었다.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수상하는 등 'K-콘텐츠' 위상이 높아진 덕분으로 분석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BEP를 달성할 경우 롯데컬처웍스도 체면을 세우게 될 전망이다. 회사는 총제작비 223억원을 사실상 전액 책임졌다. FI의 투자는 없었다. 당초 롯데컬처웍스는 제작비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다수 투자자와 접촉했지만 결국 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벤처캐피탈은 한국 영화시장이 극도로 위축돼 있고 작품이 디스토피아 세계 속 인물들의 복잡한 갈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결국 자금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영화 업계 관계자들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BEP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추석 전까지 이 영화와 경쟁할 텐트폴(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여름 빅4'로 묶인 작품 중 '밀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보다 14일 먼저 개봉했기 때문에 더 빨리 막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비공식작전'과 '더 문'은 흥행에 참패해 사실상 극장에서 짐을 쌌다. '더 문'은 일찌감치 IPTV 방영으로 돌아섰고, '비공식작전' 개봉관은 현재 10여개에 불과하다.


해외 작품으로 눈을 돌려도 경쟁작은 많지 않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오펜하이머'나 오는 20일 상영될 '그란 투리스모' 정도만 비교군에 오르는 상황이다. 영화 '타겟'과 '잠'이 BEP 달성의 복병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들 작품은 순제작비 50억원 이하가 집행된 중저예산 영화라 텐트폴인 '콘크리트 유토피아'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컬처웍스 산하에 롯데시네마가 있는 만큼 극장 개봉 일정을 조절하기도 용이한 상황이다.


영화투자 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주연을 맡은 배우 이병헌이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최근 해외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는 점이 영화 판권 마케팅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영화 제작사가 롯데컬처웍스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맡고 있어 배급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어떻게든 극장 관객을 더 확보해 BEP를 달성하고픈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당시 코로나19로 영화 시장이 좋지 않았고 작품 분위기가 다소 어둡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자금을 집행하지 않았다"며 "이 영화가 '밀수'에 이어 BEP를 넘긴다면 침체된 영화투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