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위기는 아직
부실 사업장 과감하게 정리해야…총선인 4월 전 폭탄 터질 가능성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12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내년까지 못 버틸 것 같아요.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내년 총선까지 못 버티고 터질 것 같습니다." 


최근 부동산신탁사 고위임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 수십년간 개발신탁 분야에 몸담은 인사의 얘기라 예사롭게 않게 들렸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보면 다소 호조를 띄는 분위기다. 가격은 반등하고 거래량은 회복세다. 부동산 반등 기대감에 타 지역 투자자들이 서울 아파트 매매에 나서는 건수도 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몇 달 새 집값이 2억원이 올랐다며 투기 욕망을 부추기는 소식까지 심심찮게 나온다.


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격 하방 압력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서다. 아직 위기는 오지 않았다는 게 부동산금융업계 고수들의 진단이다. 현재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그간 벌었던 현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4분기부터는 못 버틸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캐피탈·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보유한 부동산PF 중 수도권 아파트 비중은 15.3%에 불과하다. 최근 서울과 대전 등 일부 대도시에서 아파트 분양이 흥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실상 잘되는 사업장은 극히 일부다. 


이른바 책준신탁(책임준공확약 관리형토지신탁)을 제공했던 신탁사들의 재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정 지역과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 여전히 분양이 저조하다. 중소건설사들은 공사대금 지연 등으로 부실화되고 책임준공을 약속한 신탁사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자기자본을 지속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신탁사들의 신탁계정대는 꾸준히 늘고 있다. 책임준공 의무를 지키기 위해 신탁사들이 자신의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투입한 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특히 금융계열 신탁사들의 신탁계정대 규모가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인다. 


중소건설사 부실이 신탁사 부실로 전이되는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신탁사 부실은 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에서도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이하 건설사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종합건설사 폐업은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올 상반기 브릿지론 대부분은 본 PF 전환에 실패했고, 전환에 성공한 사업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관련 업계에서는 부실 사업장임에도 브릿지론을 연장해 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대출 원리금을 잘 갚지 못하는 데도 만기 연장을 해주는 사업장이 많다는 것이다. 과감하게 수술하던지 아니면 호흡기를 떼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연명'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좀비기업을 방치하고 부실 사업을 억지로 누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정부가 내년 4월 총선 전 부동산 발(發) 위기가 터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온갖 대출 완화 정책으로 수요를 떠받쳐 아슬아슬하게 한계점을 유지하는 것 같은 인상도 받는다. 그러는 사이 가계대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실 사업장에 대한 과감한 정리가 우선 필요하다. 공정률이 계획 대비 미비하고 분양 성과가 저조한 '위험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투자 자금을 일부 못 건지더라도 부실 사업장의 부지는 캠코 매각 등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부실의 장기화는 더 큰 고통으로 뒤따르기 마련이다. 아직 위기는 오지 않았다.


<사진출처_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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