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라진 삼성의 '일등주의'
삼성 스포츠단의 부진은 곧 삼성의 기업문화···일등주의로 어디로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4일 08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등주의' 철학으로 삼성을 글로벌 톱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故 이병철 삼성전자 선대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출처=삼성그룹)


[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오랜 기간 프로스포츠와 기업을 함께 보다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프로스포츠가 국내 주요 대기업 소유로 돼 있는 국내 특성상 기업문화가 스포츠 팀에 투영된다는 것이다.


스포츠팀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감독과 코치진만 아니라 팀 운영을 위한 프런트들이 있다. 프런트들은 스포츠팀 자원 배분에 대한 상당한 입김이 있다. 어찌보면 대기업 프로스포츠 팀은 기업의 자회사와 같은 위치다. 해당 기업에서 스포츠팀에 운영 인력이 관여하다보니 그 기업의 문화가 그대로 투영될 수밖에 없다.


한 기업은 수년에서 수십년 노력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스포츠팀은 길어야 6~7개월이면 그해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 팀은 그 기업의 조직문화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다.


과거 삼성하면 모두가 '일등주의'로 똘똘 뭉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고(故) 이병철 회장의 일등주의 철학은 1990년대 중반 삼성의 광고 문구였던 "역사는 1등만을 기억합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습니다"로 여전히 우리에게 각인돼 있다.


이러한 문화는 스포츠 팀으로 전해졌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2002~2014년 동안 4년 연속(2011~2014년) 우승을 포함해 총 7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록했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K리그 우승 4회(1998·1999·2004·2008년). 삼성화재 배구단의 실업배구 77연승, V리그 11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 및 8회(2005·2008~2014년) 우승 등 과거 삼성의 프로스포츠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만들었다.


이러한 기록을 만든 기간 삼성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톱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지금의 삼성 프로스포츠 팀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프로야구는 2016년 이후 8위 9위 등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도 다르지 않다. 4일 현재 삼성은 49승 1무 64패로 8위에 머물러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최근 4년간 성적은 8위, 8위, 6위, 10위다. 올시즌도 4일 현재 11위(5승7무 17패)로 하위권이다. '무적군단'으로 불렸던 배구팀도 2021~2022시즌 6위, 2022~2023시즌에는 꼴찌를 기록했다.


눈을 돌려 현재 삼성이라는 기업을 보자.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95.3%로 줄었다. 반도체 한파로 인한 실적 하락이라고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부진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항상 최고의 혁신을 이뤄왔던 기술의 삼성이었다. 하지만 AI시대 주목받고 있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 SK하이닉스가 차기 HBM 기술인 HBM3E를 먼저 내놓았다. 삼성의 반도체 기술 주도권도 상처를 입었다. 시장도 바로 반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 점유율 30%대로 올라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시장 비중이 줄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에 밀리고 저가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에게 밀리며 과거와 같은 삼성의 자리를 못 찾고 있다.


매번 해외 주요 도시에서 진행해오던 언팩 행사를 한국에서 진행했다. 삼성은 국내 진행에 대해 여러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적이 예전만 못한 삼성전자가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지난 6월 삼성전자가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에 대한 이용자들의 혹평도 마음이 아프다.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자 오픈한 삼성 강남에 대해 이용자들은 다른 플래그십 스토어를 카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새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중인 IFA(국제 가전전시회)에서 보여지는 삼성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새로운 것이 없이 기존 제품에 연결을 강조한 서비스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게 IFA 현장을 찾은 현장 기자의 전언이다.


스포츠 팀의 성적이 곧 기업의 실적 성적표는 아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문화는 연결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련의 사례만 보더라도 삼성은 과거 일등주의로 뭉쳤던 삼성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을 오랜 기간 바라보는 기자로서 너무나 안타깝다. 이러한 안타까움은 기자만이 아니라 삼성을 사랑해온 우리 국민들 그리고 특히 삼성 내부 조직원들이 더 절실하게 느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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