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원들도 외면한 롯데렌탈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할 긍정적 시그널임에도 요지부동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1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진환 롯데렌탈 대표이사 사장. (출처=롯데렌탈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롯데그룹이란 든든한 백그라운드와 국내 렌터카 업계 1위에 빛나는 타이틀, 준수한 성적표까지. 이처럼 롯데렌탈은 겉보기에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스펙을 갖추고 있으나 정작 회사 내부에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평소 같으면 호재로 작용할 이슈에도 꿈쩍 않는 주가 때문이다.


롯데렌탈이 유가증권시장(코시피)에 입성한지 2년이 흘렀다. 회사의 현 주가는 공모가 5만9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만7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3만원은 넘기 힘든 통곡의 벽이 됐다. 애초 공모가를 책정할 당시부터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만큼 지지부진한 주가는 더욱 속이 쓰리다. 들끓는 주주들의 원성과 불신도 당연해 보인다.


경쟁사인 SK렌터카의 상장 폐지 결정에 따른 프리미엄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일부 개미(소액투자자)들은 내심 롯데렌탈이 장기 렌터카 시장 내 유일한 상장사가 되는 만큼 수급 불균형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단 희망을 품었으나, 주가는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 있다.


롯데렌탈은 회사 차원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단 입장이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적잖은 시간 동안 다양한 액션을 취했음에도 효과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테마주 중심의 왜곡현상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바꿔 말하면 주식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대응책은 관망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다. 전임 대표이사였던 김현수 전 사장이 주가관리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터라 불안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어서다. 올 1월 이 회사 신임 대표로 내정된 최진환 사장은 주가가 곧 성과가 된단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곧장 3억여원을 투입해 자사주 0.03%(1만1709주)를 사들였단 점은 이를 방증한다.


통상적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인 동시에 추후 회사를 발전시키겠단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최진환 사장의 자사주 매입 역시 롯데렌탈의 미래가치 제고에 대한 자신감이었을 터. 그가 지난 6월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CEO IR 행사'를 열고 새로운 성장 전략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문제는 최진환 사장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단 점이다. 롯데렌탈 주요 임원들의 자사주 쇼핑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롯데렌탈 주식을 보유한 특수관계인은 최 사장을 포함해 총 12명인데, 모두 롯데렌탈과는 접점이 크지 않은 계열사 소속 임원일 뿐더러 보유 주식수도 741주(31일 종가 기준), 2000만원 규모에 불과하다. 최 사장을 제외한 이 회사 임원은 한 명도 없단 얘기다.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주가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한다. 나아가 조직에 대한 로열티(충성심)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자사 임원들이 외면하는 주식은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롯데렌탈 주가가 아직 바닥이 아니기 때문에 임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란 의견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는 롯데그룹 기조와도 정반대다. 롯데지주 고위 임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가가 폭락했던 2020년 급여의 10% 이상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하는 식으로 주가를 방어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작년 7월 직접 내린 '주가를 관리하라'는 특명과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더욱이 롯데렌탈에 주어진 미션을 생각해 보면, 주가 부양을 위해 총력을 다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롯데렌탈 기업가치가 모기업 호텔롯데 상장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어서다. 역으로 풀어보면 회사 주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긴 힘들단 의미다.


물론 자사주 매입은 강요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롯데렌탈 임원들이 자사주를 산다고 해서 주가 저평가가 끝날지도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임원은 상투에 팔고 바닥에 담는다'는 증시 격언이 있듯 시장의 불신을 일부 해소할 수 있진 않을까.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83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