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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법적 공방…언제쯤 막 내리나
④ 항소심 10차 변론에서도 합의점 찾지 못해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0일 17시 1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의 프라이빗 피어링 연결형태 (출처=SK브로드밴드)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문제를 놓고 수년째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21년 6월 1심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등 대규모 트래픽을 일으키는 콘텐츠사업자(CP)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망 투자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이미 사용자로부터 요금을 징수하는 상황에서 CP에게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다. 양측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망 사용료를 향한 대중적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 망 사용료 감정 방식 놓고 평행선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망 사용료를 둘러싼 양 측의 소송전은 최근 무정산 합의 여부에서 망 사용료 감정 방식으로 쟁점을 옮겨가고 있다. 양 측은 지난달 12일 열린 항소심 10차 변론에서 망 사용료에 대한 구체적인 산정 방식과 감정 주체를 두고 또다시 갈등을 빚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9차 변론과 마찬가지로 망 사용료 감정을 통해 정확한 망의 가치를 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등이 감정기관으로 적합하다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기존처럼 망 사용료를 정산할 필요가 없으니 감정도 불필요하다고 맞섰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 측이 제안한 감정기관에 반대 뜻을 표하며 우지숙 서울대 교수, 강병민 경희대 교수, 전응준 변호사 등을 감정인으로 내세웠다. 


이날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ETRI와 KISDI에 감정 요청서를 보내 적합한 감정인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재판부는 "개인보다는 국책연구기관에 감정을 맡기는 것이 객관성,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양 측의 소송전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가 감정 기관을 선정해 망 사용료에 대한 객관적인 감정을 진행하고 변론 절차를 종결하기까지 수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SK브로드밴드가 1심에서 승소하며 유리한 위치에 올랐으나 2심에서 결과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 ISP VS CP 진영 싸움으로 확대


망 사용료를 둘러싼 양 측의 법정 공방은 점차 개별 기업간 분쟁을 넘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간 진영 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싸움의 불씨를 댕긴 건 SK브로드밴드와 같은 ISP다. 이들은 트래픽 폭증 주범인 CP들이 최소한의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SP 요구에 CP들은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용자는 대부분 ISP에 접속료를 내고 있기 때문에 망 사용량에 따른 대가를 따로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CP들이 내세우는 망 중립성 원칙은 ISP가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하고 차별 없이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터넷 생태계 운영 규범이다. 이 같은 원칙에 힘입어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었다. 이들 입장에서 망 중립성은 경제적으로 커다란 이익을 안겨주기에 지지할 수밖에 없는 논리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대가 바뀐 만큼 새로운 인터넷 규범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망중립성 원칙은 20여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개념으로 대규모 트래픽이 발생하는 동영상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망중립성은 트래픽 관리에 있어서 ISP의 의무나 관리 권한 설정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쟁"이라며 "강하게 망중립성에 대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통신사업자의 본원적 사업과 네트워크 운용에 있어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넷플릭스 여론전 우위


ISP보다 CP를 옹호하는 여론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통신사를 향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망 사용료와 관련한 법안 제정 논의가 한순간에 멈춰섰다. 이른바 '망무임승차방지법'으로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상 통신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ISP가 넷플릭스 등 CP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는다면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CP들이 콘텐츠 이용 요금을 높이는 식으로 망 이용대가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넷플릭스의 행보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적 지지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 결정이 망 사용료 소송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투자 건과 관련해 망 사용료와 별개의 문제라며 소송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망 사용료 분쟁은 초기 인터넷 생태계에서 현재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비용 분담의 불합리함이 표출된 것"이라며 "양 사가 하루 속히 적정한 합의를 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혜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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