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긴급진단
열띤 HBM3 경쟁...하이닉스 시장선점 vs 삼성 턴키
내년 메모리반도체, HBM3 시장 두고 경쟁 더욱 치열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5일 18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BM3 D램 (제공=SK하이닉스)


올해 전기전자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와 이로 인한 IT수요 위축, 반도체 재고 폭증 등으로 인해 커다란 위기를 겪었다. 전자업계 맏형인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4년 만에 최악 실적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부문에서 상반기에만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며 역대급 손실을 기록했다. 세계 1위 DNA라고 자부했던 대한민국의 D램은 적자에 허덕였고, TV·가전 부문에서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휴대폰 시장 역시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현재 전기전자 업계가 처한 현실과 향후 개선돼야할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해외신용평가사, 국내 증권사, 시장조사업체 등 15여개의 업체들을 통해 긴급 진단을 진행해 본다. /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내년도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매출 비중은 올해 대비 3배 이상 확대 돼 20%에 근접할 것으로 보입니다."(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확대를 위한 증설에 박차를 가해 2024년에는 기존 생산능력을 2배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D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북미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AMD로부터 4세대 HBM인 'HBM3'와 '패키징(Packaging)'에 대해 최종 품질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HBM 공급처 다변화 선호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턴키 체제 갖춘 삼성 반격, 긴장하는 SK하이닉스


25일 딜사이트가 국내 증권사 12개와 인터뷰를 통해 전기전자 업계 하반기 전망 및 진단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전망이 쏟아졌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가 4세대 HBM인 HBM3에서 엔비디아에 먼저 공급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치고 나갔다. 이에 삼성 역시 턴키(일괄생산) 수주로 받아치면서 양 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최근 삼성전자는 AMD로부터 'HBM3'와 첨단 패키징의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엔비디아와도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 SK하이닉스도 긴장 중이다. 


HBM3 시장이 아직 D램에 비해 매출 비중이 작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흔들 정도는 아직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무관심했던 삼성전자도 적극 참전하고 마이크론도 내년에 시장에 뛰어들면서 HBM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본부장은 "고객사 입장에서 설계 의뢰, 메모리 구매, 패키지 케파 확보 등 개별 영역을 구매 컨트롤하기보다 턴키 생산체제를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의 HBM 공급처 다변화 선호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면서 "내년도 삼성전자 HBM 매출 비중은 올해 대비 3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 회사이고 SK하이닉스는 HBM만 보유하고 있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독점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SK하이닉스가 HBM3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메모리반도체 '맏형'인 삼성전자가 자존심 회복에 나서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SK증권도 "현재 HBM3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선두 업체이지만, 삼성전자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삼성전자는 로직 파운드리와 HBM, 2.5D 패키지 모두를 보유하고 있어 세 분야 모두 고도화될 경우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시장 선점한 SK 하이닉스 당분간 우세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HBM3에서 삼성전자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에 한동안 이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 미리 대응하지 못하고 SK하이닉스에 뒤쳐진 것에 대해 과거 대비 '혁신'에 대한 절실함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올해 감산 번복 등 의사결정이 뒤바뀌거나 미뤄지면서 반도체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위상이 한 단계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들 대비 기술 경쟁력 격차가 축소됐고 오히려 일정 분야에서는 뒤처졌다는 점에서 분명 과거와 같은 모습은 아니다"면서 "그동안 삼성의 압도적 기술 경쟁력 보유의 핵심은 '혁신'이었으나, 최근 기술 개발 및 내부적 목표에는 과거 대비 혁신에 대한 추구 강도가 약해진 부분이 포착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 증가라는 단기적 관점에서의 해석이 아닌 중장기 관점에서 경쟁력 및 기술격차 확보라는 시각으로 전사적인 연구, 개발 강화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삼성 기술저력 1~2년 내 기술격차 좁힐 것


다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HBM 시장에 나선 만큼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HBM에 상대적으로 덜 집중했던 것은 업계에서도 HBM 시장 성장성에 대해서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1~2년 내로 해당 세그먼트에서 SK하이닉스와의 기술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자들에게 기술적으로 도전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메모리에서 1위 자리를 위협 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여전히 원가 경쟁력은 1위를 기록하고 있어 DRAM 다음 세대 제품에서 차이를 크게 벌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는 여전히 메모리 3사 중 기술적, 수익적 측면에서 우수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HBM3의 경우 하반기부터 설계(Logic), 메모리(HBM), 패키지(2.5D package) 턴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나증권은 "선단공정 난이도 상승과 과거대비 효율 저하는 삼성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특정 영역에서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차세대 EUV 장비 등 준비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우위를 보이고 있어 아직 의심할 단계는 아니다"고 답했다.


◆HBM 시장 2년간 100% 성장 기대 


증권사들은 AI 반도체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력을 보이면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도 HBM, DDR5 등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DDR5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DDR4 대비 출하량이 역전하는 크로스오버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위민복 연구원은 "HBM은 컴퓨팅 내에서 GPU의 중요도 증가로 향후 2년간 연간 시장 성장률이 100%에 가까울 것"이라며 "DDR5, GDDR7은 고성능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표준 변화로, 기존 DDR4나 GDDR6 시장을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영민 연구원도 "AI와 같은 전방 산업에서의 변화로 인해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단기가 아닌 중장기 지속될 흐름으로 판단한다"면서 "챗 GPT는 AI 응용처의 시작에 불과하며 향후 자율주행, AR·VR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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