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후보 LX의 불안요소, '돈 없는' 지주사
LX인터 대규모 유상증자 시 지배력 흔들릴 가능성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17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미지=LX인터내셔널 홈페이지)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LX그룹이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인 가운데 시장은 M&A주체가 될 LX인터내셔널(LX인터)이 자금조달 측면에서 큰 고민에 빠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외부차입-자체조달 등 어떤 방식을 쓰더라도 큰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까닭이다.


24일 종가 기준 HMM의 1·2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이 회사 주식가치는 3조4013억원이다. 여기에 HMM이 과거 산은, 해진공에게 발행한 영구채 가운데 1조원 어치가 오는 10월 주식으로 전환되는 터라 원매자는 최소 4조4000억원 이상을 베팅해야 한다.


LX인터내셔널은 현재 상태론 HMM을 품에 안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받는다. 6월말 현재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이 1조2714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는 LX인터가 M&A 재원을 조달키 위해 재무적투자자(FI) 섭외, 유상증자 등의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언급된 방안들이 각각 매도자의 눈치, 그룹 지배력 약화 측면에서 LX인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점이다. 먼저 외부자금 비중을 높일 시엔 HMM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산업은행 등 정부는 HMM의 매각조건에 ▲건실하면서 ▲안정적으로 해운업을 유지할 ▲대기업을 꼽은 상태다. 언젠간 엑시트(투자금회수)에 나서야 할 사모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건 애초에 어렵다는 얘기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수차례 "외국자본과 사모펀드에는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시장은 LX인터가 유상증자로 재원을 마련할 거란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행할 주식 수를 기존 8000만주에서 1억6000만주로 확대하는 등 유상증가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LX홀딩스가 LX인터의 유상증자에 선뜻 참여키가 어렵단 측면에서 구본준 회장의 그룹 지배력 약화를 야기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예컨대 LX인터가 24일 종가(3만850원)대로 500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시 회사는 1조5425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반대로 LX홀딩스는 LX인터에 대한 지배력(24.69%) 유지를 위해 자회사 유상증자에 3808억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올 6월말 기준 LX홀딩스의 현금자산은 2410억원에 불과하다.


유상증자가 주주들을 희생시킨단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증자 이후 기존 일반주주들의 지분율이 크게 희석되는 데다 유통주식도 폭증하는 터라 주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LX인터 주가만 봐도 지난 17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했는데 증권가 일각에선 유상증자에 대한 불안감 아니겠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재 HMM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중견그룹(LX·하림·동원) 가운데 자체 체력만 보면 LX인터가 가장 빼어난 수준이지만 당장 M&A를 성사시킬 만한 재원은 없다고 본다"며 "외부 차입 및 FI 섭외, 유상증자 등 어느 한 쪽만 선택하는 게 아니라 여러 수단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최근 산은 안팎에서 HMM 매각작업에 회의감을 갖는 시선이 적잖은 만큼 현 시점에서 인수 후보군의 자금조달 방안을 예상하는 건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LX인터 측은 확인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발행할 주식 총수를 늘린 것은 발행주식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았고 추후 니켈광산 등 투자 지출을 고려한 것"이라며 "HMM을 인수할 지, 인수를 위해 유상증자를 활용할 지 등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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