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표류하는 카드사의 종지업 진출
연초 이후 수개월째 답보…밥그릇 싸움 아닌 대승적 차원 논의 필요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5일 08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금융위원회)


[딜사이트 박관훈 차장] 카드업계의 오랜 숙원으로 꼽히는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이 또 다시 무산되는 모양새다. 연초 카드사 등을 상대로 논의되던 종지업이 금융사 간 밥그릇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 등이 나오며 수개월째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종지업은 보험·카드·증권사 등에 지급결제 계좌를 개설하게 해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카드대금 결제, 보험료 납입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당초 은행권의 과점 체재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 방안이다. 종지업 도입이 처음 논의된 시기는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당시에도 한국은행(한은) 등 은행권의 반발이 거셌다.


한은이 비은행 금융사의 종지업 진출을 반대하는 이유를 몇 가지 꼽아보자면 이렇다.


먼저 자기자본비율(BIS) 등 은행법이 명시한 건전성 규제나 금융소비자보호법, 예금자보호법 등의 법도 적용도 받지 않아 규제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은이 비은행 금융사에 대해 감독이나 검사를 실시할 수 없다는 점도 반대 이유다. 최근 한은이 감독권 부재로 벌어진 새마을금고 사태 등을 수습하는 데 골머리를 앓았던 터라 제도 개선에 신중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충분하다. 

또한 한은은 은행의 대행결제 금액이 급증하고 '디지털 런(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 발생 위험이 증가해 지급결제시스템 안전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벌어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에서 보듯 결제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세계 금융시장에 역행한다는 논리도 펼친다. 한은은 세계시장에서 결제리스크에 대한 관리를 담보하지 않고 비은행권의 소액결제를 전면 허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들이 공감되는 부분도 많지만 카드업계 입장에선 답답한 구석도 없지 않다. 올 들어 최악의 업황 부진에 직면한 카드업계의 경우 종지업 도입 시 수익성 측면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대금 거래와 포인트 혜택이라는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납입 주기가 긴 보험사나 금액의 변동성이 생길 수 있는 증권사의 계좌보다 리스크도 적을 전망이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종지업 도입이 그동안 축소돼왔던 카드 혜택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종지업이 허용되면 카드사가 은행에 부담하는 수수료 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다. 절감된 비용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카드 혜택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 카드사가 고객을 끌어 모아 수익성을 개선하고, 소비자는 카드 통장을 이용하는 대신 무이자 할부·포인트 지급 등 좋은 혜택을 누린다는 계산이다. 이는 은행과 비은행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에게 질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금융당국의 의도와도 맞아 떨어진다.

금융산업 혁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다.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필요한 법과 규제를 만들어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마땅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관련 업계가 공생할 수 있는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종지업 도입을 두고 금융권이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을 위해 소비자의 계좌 선택권 확대, 편의성 등의 혜택을 제한하고 있는지 다시 따져봐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멈춰진 종지업 도입 논의가 재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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