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춧돌 빈 자리 누가 메울까
큰손 새마을금고 이탈에 중소PE 고사 위기...비리는 엄벌해도 생태계는 보전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8일 09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딜사이트)


[딜사이트 오동혁 IB부장] "돈 구할 데가 없다."


요즘 사모펀드(PE) 업계인들을 만날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새마을금고 사태의 여파다. 주요 출자자(LP)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추면서 빈자리를 메울 길이 없어졌다고 한다. 공격적으로 자금을 대 온 대마(大馬)의 이탈은 파장이 컸다. 타 출자자들도 눈치 보느라 곳간을 열지 못한다는 전언이다.


그나마 대형 하우스는 사정이 낫다. 조단위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덕분이다. 국내외서 내로라 하는 기관들로부터 이미 적잖은 자금을 받아놨다. 버틸 체력이 있다. 시장 분위기 영향이야 받겠지만, 넉넉한 만기(8~10년)에 기대 볼 수 있다. 프로젝트 투자비중을 잠시 줄이면 된다.


문제는 중소형 PE다. 프로젝트펀드가 곧 생계인 이들이다. 주변상황이 어떻든 간에 먼저 좋은 프로젝트 투자건을 발굴하고(딜 소싱), 이후 기관들을 설득해 돈을 받아내야(펀딩) 먹고 살 수 있다. 그런데 갈수록 쩐주를 구할 길이 어려워지니 답답할 노릇이다. 딱히 대안도 없다.


가뜩이나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던 PE 업계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수금융 금리가 치솟았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된 운용사는 더는 돈을 빌리지 않는다. 자체자금 조달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주요 자금원인 연기금 등 LP는 PEF 출자사업을 축소해 버렸다.


시장이 침체되면 기업밸류라도 떨어져야 하는데, 이 또한 그렇지 못하다. 모든 창업자의 희망매각가는 '가장 잘 나가던 때'에 멈춰 있다. 웬만한 위기가 아니고선 끌어내리기 어렵다. PE 입장에선 당연히 돈이 안된다. 이러니 딜이 될 리 없다. 최근 인수합병(M&A)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다.


근래 새마을금고는 사실 '루키 PE'의 희망과도 같았다. 운용사 이름값 보다, 딜 자체만 보고 출자를 심사했기 때문이다. 집행규모도 컸다. 신생 업체라도 양질의 투자처만 잘 발굴하면 수백억~수천억원을 과감하게 출자해 줬다. 단번에 중형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렇게 출자한 프로젝트 딜에선 괄목할 만한 성과도 났다. A운용사는 2019년 한국유리공업을 3000억원에 인수한 뒤 3년 뒤 LX인터내셔널에 되팔아 원금의 두배를 회수했다. 또 다른 PE인 B사도 비슷한 시기 테스나를 2000억원에 사서 두산그룹에 5000억원에 팔았다. 


글로벌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는 딜도 했다. 2020년 중소PE인 C사가 세계 3대 골프용품 업체인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것이다. 미국·중국계 사모펀드와 치열한 경쟁을 했는데 결국 국내 토종 운용사가 품에 안았다. M&A시장 이변이었다. 2조원이던 밸류는 현재 5조원에 달한다.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최근 특정 PE가 새마을금고 인력과 결탁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은 근간을 흔들고 있다. 유착정황이 드러난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뱅크런을 겪게 된 새마을금고는 범정부 위기대응단 관리하에 자금유출을 통제받는 상황이다.


새마을금고 비위(非違)를 옹호할 마음은 결코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국내 PE 생태계에 순기능을 해왔다 하여 위법의 영역까지 감쌀 순 없다. 정황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강경하게 처벌하는 게 맞다. 투자시장에서의 비윤리는 솜방망이 보다 철퇴가 바람직하다. 


다만 바라는 점은 있다. 곪은 부분만 빨리 도려내고 원기능 회복에 집중했으면 한다. 양질의 딜을 발굴해 투자심사를 통과하고도 출자가 중단된 라데팡스PE 사례가 또 나와선 안된다. 새마을금고에서 펀딩받은 전 운용사를 의혹의 시선으로 보는 도 넘은 행위 또한 멈춰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공포 확산'이다. 기관들이 점차 PE출자를 꺼리고 있는 게 마치 전조 같다. 이러면 중소형사는 펀딩이 더 어려워 진다. 모든 투자시장이 그렇듯, PE도 규모별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 두려움이 길면 저변이 고사(枯死) 할 수 있다. 주춧돌 빈자리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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