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가 점찍은 드라마社]
'F&F' 등에 업은 빅텐츠, 다시 날아오를까
③ FI·SI 투자 후 재무구조 악화...대주주 자금지원에 경영개선·코스닥 이전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4일 18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SBS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드라마 제작사 '빅토리콘텐츠'(이하 빅텐츠)는 지난 2004년 마수걸이 작품 '발리에서 생긴 일'로 초대박을 터뜨리며 업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쩐의전쟁' 등 다수의 흥행작을 잇따라 선보이며 입지를 굳혔다. 2014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한 후 역대 최대 매출도 기록하자 회사의 코스닥 이전을 기대한 국내외 벤처캐피탈이 구주 및 신주를 인수했다.


승승장구 하던 회사는 2017년부터 위기를 겪었다. 사드(THAAD) 사태로 주요 매출처인 중국시장이 위축됐고, 설상가상으로 출연료 미지급 논란 등에 휩싸이며 2년 동안 단 한 편의 드라마만 방영하는 데 그쳤다. 현금흐름도 악화돼 부채비율이 한때 792%까지 치솟는 등 경영난을 겪었고 벤처캐피탈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분위기가 드라마틱하게 반전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국내 대형 의류 제조·유통사인 'F&F'가 구원투수로 등판해 회사를 인수했다. 모회사의 유상증자에 힘입어 부채비율은 107%로 대폭 낮아졌다. 이에 힘입어 코넥스 입성 10년 만에 코스닥 이전상장을 확정지었고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회수(엑시트) 길도 다시 열렸다.


◆ '쩐의전쟁·대물' 흥행에 코넥스 상장...NEW·키움인베스트 구주 인수


빅텐츠는 2003년 조윤정 대표가 설립했다. 조 대표는 1980년대부터 라디오·TV드라마 음악 감독으로 활동한 '베테랑'이다.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제작한 '발리에서 생긴 일'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드라마 업계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 40.4%를 기록하고, 그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에서 4관왕을 휩쓸었다. 이후 쩐의전쟁(2007), 대물(2010) 등도 시청률 30% 내외를 넘나드는 호성적을 거뒀다.


다수 작품의 흥행으로 회사 입지가 점차 확고해지자 투자자들도 주목했다. 먼저 개인투자자가 접촉했다. 2012년 이해수 나토건설 및 제이엔터컴 대표의 개인회사인 '에스엘컴퍼니'가 조 대표 및 특수관계자가 보유 중인 구주를 인수해 지분율 50%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이 대표는 빅텐츠의 사내이사로 재직하며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신·구 경영진 협업에 힘입어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매출은 지난 2012년 216억원에서 2014년 357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해 12월 코넥스 입성에 성공하자 이듬해 '에스엘컴퍼니'는 투자회수(엑시트)에 시동을 걸었다. 빅텐츠의 잠재력을 알아본 기업·기관투자자가 구주를 인수했다. 영화 제작사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가 18만7000주(11%)를 33억원에 매입했다. 또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이 16만2700주를(9.57%)를 33억원을 취득해 운용 중인 신탁상품에 담았다.


2016년 코스닥 이전상장 가능성이 불거지자 벤처캐피탈의 투자도 잇따랐다. '키움인베스트먼트'가 4월에 세컨더리 펀드를 활용해 총 29억원을 투자, 구주 및 신주를 취득하고 지분율 7.76%를 확보했다. 특히 이 시기를 전후로 한류 열풍이 거세지면서 중국 최대 미디어 그룹인 '완다' 산하의 벤처캐피탈 '프로메테우스'도 64억원을 투자했다. 구주(27.5억원) 및 신주(36.5억원) 보통주를 인수하며 지분율 15.49%를 취득, 2대주주에 올랐다. 


◆구원투수 'F&F' 등판...재무구조 개선·자금조달 등 시너지 기대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은 직후 빅텐츠의 매출은 2016년 374억원으로 늘었다. 역대 최대 수치다. 회사는 이같은 호실적과 완다그룹 계열사의 투자에 힘입어 중국 진출을 본격화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6년 말부터 사드(THAAD) 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수출길이 닫혔다. 야심차게 준비하던 리메이크 사업은 중단됐고, 와중에 신작 드라마는 출연료 미지급 논란에 휩싸였다. 그 여파로 빅텐츠는 2017~2018년 단 한 편의 드라마만 방영하는 데 그쳤고, 이 기간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16억원을 기록했다.


곳간이 바닥을 드러내자 빅텐츠는 드라마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무리하게 조달했다. 이 영향으로 회사의 부채비율은 2021년 말 792%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FI인 '프로메테우스'는 당시 손실을 감수하며 엑시트를 해야 했다. 2018년~2021년 지분 전량을 수 차례에 걸쳐 블록딜로 46억원에 매각했다. 또 메리츠증권도 신탁계약을 해지하며 지분 장내 매도에 시동을 걸었다.


반전의 신호탄은 2022년 터졌다. 패션 전문기업인 '에프앤에프'(F&F)가 빅텐츠를 인수하면서다. NEW·메리츠증권 등이 보유한 구주 전량을 144억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91억원을 투자해 신주를 취득, 지분율 50.8%를 확보했다. 증자에 힘입어 빅텐츠의 부채비율은 2022년 107%로 크게 낮아졌다.


빅텐츠는 오는 2025년까지 12편의 콘텐츠를 추가로 제작할 계획을 세웠다. 또 F&F가 보유한 유통망을 동원해 동남아 시장 등의 수출도 꾀하고 있다. F&F가 지난해 11월에 연예 기획사 'F&F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만큼 '패션-엔터-콘텐츠'로 이어지는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F&F 등판에 힘입어 빅텐츠는 코넥스 입성 10여년 만에 코스닥으로 이전하게 됐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17일이다.


문화콘텐츠투자 업계 관계자는 "빅텐츠가 자금력이 풍부한 F&F를 모회사로 맞은 만큼 텐트폴(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에 주력하는 것도 가능해 질 것"이라며 "유명 배우를 섭외하고 저작재산권(IP)을 직접 보유하면 2차 판매를 통해 고수익을 노릴 수 있어 향후 회사의 수익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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