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엔하이픈' 소속사 1500억 베팅 왜?
'빌리프랩' 구주 52.5% 인수 완전자회사 편입…수익성·시너지 높게 평가한 듯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1일 16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하이픈. 사진=빌리프랩


[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계열사이자 7인조 남성 그룹 '엔하이픈' 소속사인 '빌리프랩' 구주 인수에 1500억원을 투자한다. 회사 지분 절반을 추가로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엔하이픈이 데뷔 2년 반 만에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본사와의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어 과감히 베팅한 것으로 파악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 10일 관계회사인 '빌리프랩'의 주식 74만2200주(52.5%)를 'CJ ENM' 등으로부터 15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빌리프랩의 지분 47.5%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거래로 지분율을 100%로 늘린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빌리프랩의 실적은 하이브 연결기준 영업이익에 포함될 전망이다. 현재는 지분법 이익으로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빌리프랩은 하이브와 CJ ENM이 지난 2018년 9월 총 70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하이브가 34억원, CJ ENM이 36억원의 자본금을 댔다. 하이브의 이번 구주 매입 가격을 역산하면 빌리프랩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는 2858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설립 5년 만에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41배 가량 뛴 셈이다. 


빌리프랩에서 활동 중인 연예인은 7인조 남성 그룹 '엔하이픈'이 유일하다.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직접 총괄 프로듀싱해 화제를 모은 아이돌이다. 지난 2020년 11월 국내에서 데뷔, 첫 앨범으로 초동(첫주) 판매량 28만장을 기록했다. 초동 판매량은 팬덤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어, 수익성의 주요 지표 중 하나로 활용된다.


2021년 10월에는 국내 정규 1집을 발매하며 초동 81만장을 판매해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국내를 비롯해 미국·일본·태국 등지에서 콘서트를 열며 팬덤을 늘렸다. 이에 힘입어 올 5월 국내에 발매된 미니 4집의 초동 판매량은 132만장으로 불어났다.


엔하이픈의 인기에 힘입어 빌리프랩의 설립 후 누적 매출은 1148억원을 기록했다. 엔하이픈 데뷔 전에는 회사의 누적 매출이 1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은 599억원이다. 앨범 판매로만 327억원을 벌었고, 콘서트 수익 등이 포함되는 콘텐츠 매출은 223억원을 기록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특성상 원재료 비중이 적어 마진도 좋았다. 회사 전체의 영업이익은 117억원으로, 이익률은 20%에 육박한다.


빌리프랩의 올해 매출은 더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148억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초동 기록을 갈아 치운 미니 4집의 판매분이 반영된다. 또 지난달 월드투어를 시작한 만큼 올 하반기부터는 콘서트 수익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콘서트는 이미 국내에서 한 차례 진행됐으며, 향후 미국·일본 9개 도시에서 13회 더 이어질 예정이다.


빌리프랩이 육성하고 있는 여성 그룹도 올 하반기 중 데뷔한다. 현재 시청자 투표로 최종 멤버를 선발하기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R U Next?'를 케이블TV 채널 'JTBC'에서 방영하고 있다.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어 글로벌 누적 투표수가 1000만 건을 돌파했다. 과거와 달리 여성 그룹의 수익력도 남성 그룹 못지 않은 상황이다. 하이브에 소속된 5인 여성 그룹 '뉴진스'는 지난해 7월 데뷔해 올해 1분기까지 매출 446억원을 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빌리프랩의 매출 및 수익은 웬만한 중견급 엔터테인먼트 회사보다 낫다"며 "해외 국적의 멤버가 소속돼 있어 미국·일본 등지에서 인기가 높으며 지난해 콘서트도 흥행하면서 최근 회사 밸류에이션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엔하이픈은 데뷔한 지 2년 반 밖에 되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근에는 여성 그룹들도 남성그룹 못지않은 수익을 창출하는 추세라 빌리프랩의 올해 실적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팬 플랫폼 '위버스' 등 하이브 본사 및 계열사의 사업과도 큰 시너지를 내고 있어 하이브가 자신감 있게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