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전쟁
삼성전자 'HBM 패키징 턴키' 카드 통할까
② 엔비디아에 거래처 다변화 일환 HBM 패키징 턴키 제안...업계 "품질 평가 통과가 관건"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1일 14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왼쪽에서 두번째) 삼성 회장이 삼성 반도체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게 뒤처지면서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가 분위기를 뒤집을 반격의 카드를 준비 중이다.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까지 같이 하고 있는 삼성전자만의 강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TSMC가 진행 중인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용 HBM3 일부 패키징 물량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TSMC가 증설을 마무리하기 전에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퀄리티와 제품 사양을 맞춰 빠르게 양산에 성공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SK하이닉스를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HBM3와 패키징 원스톱 노린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자사 HBM3를 공급하고 개별 GPU 칩과 HBM3를 묶어 고성능 GPU 'H100'으로 가공하는 첨단패키징을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의 경우 파운드리 사업이 없다. 이렇다 보니 인터포저나 패키징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같이 하고 있다. 패키징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이러한 강점을 가지고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부터 로직 파운드리, 패키지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면서 "최첨단 로직 반도체와 HBM 같은 고성능 메모리를 하나로 연결한 2.5차원, 3차원 패키지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용 GPU 사업에서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팹리스업체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위에서 GPU와 HBM이 결합한 형태로 구동되므로 첨단 패키징 기술이 요구된다. 패키징이란 선로가 새겨진 반도체 칩들을 보호하고 이들의 기능이 잘 구현되도록 연결하는 막바지 작업을 뜻한다.


우선 엔비디아는 TSMC에게 선단 공정 라인을 통해 GPU 전공정 웨이퍼 생산을 전담시켰다. TSMC가 작업을 마친 GPU 웨이퍼를 엔비디아가 구매해 TSMC와 같은 외주반도체패키지(OSAT) 업체에 맡긴다.


이후 TSMC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HBM을 반제품 형태로 받아 패키징을 하는 형태로 제품을 만든다. TSMC는 HBM과 로직칩을 인터포저(Interposer)에 붙이고 이 인터포저를 칩 기판에 다시 직접 붙여 패키징을 한다.


인터포저는 HBM과 로직칩을 2.5D나 3D 구조로 직접 붙일 수 있도록 고안된 별도 미세회로 기판이다. HBM의 경우 로직칩이 위치한 기판에 단순히 붙이기만 하면 되는 기존 S램(SRAM)과 달리 2.5D 방식으로 칩을 적층해야 한다. 이에 인터포저를 따로 그려 넣는 공정이 들어간다.


TSMC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기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칩 고객사들을 이끌어 왔다. 'CoWoS'는 2.5D(차원) 패키지 기술을 일컫는 TSMC의 브랜드명이다. TSMC는 7나노미터 이하 첨단 칩 기술뿐 아니라 최첨단 패키징 기술까지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를 시행하며 현재까지 파운드리 업계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TSMC가 반도체 패키징 서비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엔비디아도 거래선 다변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HBM은 SK하이닉스가, 패키지는 TSMC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데 2.5D 패키지의 경우 생산 여력이 부족하다. 엔비디아는 미국 앰코테크놀로지와 대만 SPIL과 논의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게 패키징 서비스와 HBM3 공급까지 턴키로 해드리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HBM3 시제품을 출하했고 4분기 양산을 계획 중이다. 또 삼성은 '아이큐브(I-Cube)'라는 2.5D 패키징 기술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삼성 제안을 받아들이면 HBM3 공급을 포함해 전체 엔비디아 AI 연산용 GPU 카드의 2.5D 패키지 물량 중 10% 수준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했다. (출처=SK하이닉스)

◆엔비디아 품질 평가 통과 가능할까


하지만 실제 삼성의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요구 사항에 맞춰 HBM3와 2.5D 패키지 품질 평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HBM3에서 MUF 기술을 이용해 시장을 선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HBM3를 이용하는 게 부담일 수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턴키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삼성전자에게 의존적으로 변할 수 있는 생태계로 바뀔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패키징을 TSMC에서 삼성전자로 다변화하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HBM3와 패키징을 삼성전자에게 독점적으로 몰아주는 것은 향후 가격 협상력 등을 뺏길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다. 


결국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HBM3 성능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턴키로 진행하는 것이 무조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TSMC도 삼성전자에게 물량을 뺏기지 않기 위해 증설 등을 고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끊임없이 견제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 "자존심이 강한 삼성전자가 직접 제안할 정도다. HBM3에서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것에 대한 조급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진단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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