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200조' XR시장 둔 기술력 경쟁
애플 '비전 프로' 출시 이후 XR용 패널 성장 기대감 커져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5일 10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종류. (출처=삼성디스플레이)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한국 디스플레이 형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성장하고 있는 XR시장을 두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확장현실(XR) 기기에 최적화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미국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업체 이매진(eMagin)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기술력을 보완하기 위해 대만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C)가 가지고 있던 미국 특허를 사들였다.


XR기술은 기기를 통해 가상 세계를 체험하는 가상현실(VR)과 현실 위에 가상 이미지를 띄운 증강현실(AR), 이 둘을 합친 혼합현실(MR)을 아우른 모든 몰입형 기술을 지칭한다. 


올해 초 애플이 MR기기 '비전 프로(Vison Pro)'를 출시한 이래 XR용 디스플레이에 대한 시장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가상 현실을 정교하게 구현해야 하는 만큼 XR기기에서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매우 중요하다. 가까운 미래에는 XR기기가 휴대용 웨어러블 제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전력 효율성은 높아야 하고 무게는 적게 나가야 한다. 


이에 따라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 앤드 설리반(F&S)은 XR시장 규모가 지난해 145억5000만달러(약 19조5000억원)에서 2028년 1601억4000만달러(약 21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에서 유리 기판이 아닌 실리콘 웨이퍼 기판 위에 소재를 증착하는 '마이크로 OLED(OLEDoS, 올레도스)'나 '마이크로 무기발광다이오드(LEDoS, 레도스)'에 집중하는 이유다. 실리콘 웨이퍼 기판 1인치 안에는 유리 기판 1인치보다 많은 픽셀이 들어가 더 밀도 높은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


◆다이렉트 패터닝 기술에 집중하는 삼성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전담팀을 구성했다. 개화가 얼마 남지 않은 XR기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첫행보로 지난 5월 미국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업체 이매진을 2억1800만달러(약 2900억원) 주고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나스닥 상장사인 이매진은 최근 5년 연속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7300만달러(약 960억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인수 대금으로 웃돈을 지불한 이유는 이매진의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 때문이다. 


OLED 패널은 발광 유기물로 이뤄진 픽셀(Pixel, 화소)을 조합해 이미지를 보여준다. OLED 패널 픽셀 1개가 표현하는 빛과 색은 적(R), 녹(G), 청(B) 각각의 서브 픽셀(Sub Pixel, 부분 화소)이 조합된 값이다.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OLED 패널에 발광 유기물을 증착할 때 금속 소재(중소형 FMM, 대형 OMM) '섀도마스크(Shadow Mask)'를 사용한다. 


이매진의 dPd 기술. (출처=이매진)

구멍이 뚫린 섀도마스크를 유리 기판 위에 올린 뒤 원하는 위치에 발광 유기물이 부착되도록 증착 공정을 실시하는 구조다. 고화질 패널을 구현하려면 정확한 위치에 정량의 유기물이 부착될 수 있도록 섀도마스크에 뚫린 구멍의 크기와 간격이 일정해야 한다. 고온에서 이뤄지는 증착 공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섀도마스크 변형도 없어야 한다.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은 실리콘으로 만든 섀도마스크에 반도체 노광 공정(Photolithography)으로 구멍을 뚫은 뒤 발광 유기물을 증착한다. 대중적인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히는 'W-OLED+컬러필터(CF)' 방식은 빛이 필터를 거쳐 이미지를 띄우는 구조여서 PPI(픽셀 밀도) 및 휘도(밝기)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다. 


dPd는 실리콘 섀도마스크를 통해 삼원색(RBG) 서브 픽셀을 직접 증착하는 구조라서 PPI와 휘도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노광 공정이 사용되기 때문에 실리콘 섀도마스크에 회로를 그릴 때도 작은 구멍을 촘촘하게 뚫을 수 있다. 이매진 측은 dPd 기술을 적용한 마이크로 OLED 패널의 PPI가 일반 스마트폰용 OLED 패널 대비 최소 4배 이상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LG디스플레이가 대만 UDT로부터 인수한 특허. (출처=USPTO)

◆ 마이크로 LED 기술에 집중하는 LG


LG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LED 기술 확보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 대만 DDIC 업체 '울트라 디스플레이'(UDT)가 미국 특허청(USPTO)에 등록한 특허 14건을 사들였다. 지난 2017년 설립된 UDT는 크게 3가지 용도(VR/MR, 스마트폰, 웨어러블) 드라이버 IC를 만들고 있다.


LED는 전압을 가하면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다. 마이크로 LED는 일반 LED 크기의 5분의 1 수준인 RGB LED 칩을 서브 픽셀로 삼아 이미지를 표현한다.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서브 픽셀로 구성돼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고 전력 사용량이 적으며 수명도 길다.


마이크로 LED 공정. (출처=ETRI)

문제는 난이도가 높고 비효율적인 공정과 상용화가 어려울 정도로 높은 가격이다. 마이크로 LED는 실리콘 웨이퍼를 가공해 만든 LED칩을 실제 기판에 조립하기 전 임시 기판(Interposer)에 배치해 정렬한다. LED칩 크기가 워낙 작아 실제 기판에 바로 오차 없이 이어 붙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 LG디스플레이가 UDT로부터 인수한 특허도 이 같은 마이크로 LED 제조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이뤄져 있다. 아주 작은 LED칩을 대량으로 옮겨 공정 속도를 빠르면서도 정교하게 배치할 수 있게 하는 특허가 대표적이다. 


올레도스 기술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팹리스인 LX세미콘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어떤 도면을 그릴지 설계하면 SK하이닉스가 설계도를 기반으로 반도체 공정을 적용해 실리콘 웨이퍼를 가공한다. 마지막으로 LG디스플레이가 가공된 실리콘 웨이퍼를 가지고 증착 공정 등 절차를 밟아 올레도스 패널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