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온의 불안한 천수답
현대차그룹·포드에서 고객사 다변화해야 산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0일 08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에스케이온(SK온)의 배터리 납품처는 그리 다양하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과 포드자동차 정도다. 현대차그룹과는 10년 넘게 전기차 사업을 함께 해왔고 포드와는 지난해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온과 현대차그룹의 동맹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1996년 유공(현 SK㈜) 시절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SK그룹은 15년만인 2010년 현대차 '블루온' 모델에 배터리를 최초로 공급하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를 시작으로 현재는 아이오닉 시리즈, 제네시스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차그룹과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양사는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각 3조원씩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 바토우카운티에 연간 35기가와트시(GWh), 전기차 약 30만대분의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는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또, SK온은 포드의 대표 전기트럭 모델인 'F-150 라이트닝'에도 NCM9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니켈·코발트·망간으로 구성된 해당 배터리는 니켈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고밀도 니켈 배터리로 131kWh 용량을 갖췄다.


SK온은 포드와도 '블루오벌SK'라는 JV를 세우고 각각 5조씩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1개, 켄터키주에 2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5년경 3곳의 공장이 완공되면 블루오벌SK의 연간 배터리 셀 생산능력은 총 129GWh가 된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전기차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순위 7위이며, 포드는 순위권 밖이다. 지난해 전 국가를 통틀어 전기차는 총 800만대 판매됐는데 이중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37만대(4.7%)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SK온이 납품하는 현대차 아이오닉5는 지난해 2만7399대 판매됐고, 기아 EV6은 2만4852대 판매됐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16만대에 불과했다. 포드 전기차는 2만대(0.3%) 팔렸다.  


SK온도 국내 배터리 3사 중 후발주자에 속한다. 삼성과 LG 등 경쟁사들이 1990년대 이전부터 배터리 사업을 해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적자기업 딱지를 떼지 못한 것도 문제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였던 2017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줄곧 적자다. 다만 최근 매출이 늘고 적자폭이 줄어드는 추세다. 흑자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온에게 남은 과제는 안정적인 수율을 바탕으로 배터리 기술을 인정받아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포드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기존에 소량이지만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에도 납품 라인을 늘릴 필요가 있다. 


SK온은 폭스바겐 ID.4, 메르세데스 벤츠 EQA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2025년 생산할 페라리 SF90 스파이더에도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만 131만대를 판매한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 CATL만 배터리를 유통하고 있다. 


아직까지 SK온의 배터리 고객사는 여타 경쟁사에 비해 탄탄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이나 포드에 그치지 않고 신규 고객사를 다변화해야 대외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다. 불안한 천수답(天水畓)에서 탄탄한 수리답(水利畓)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SK온의 NCM9 배터리가 탑재된 포드의 첫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제공=포드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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