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 선 남양유업
수천억 잉여금 쌓고 주주환원 뒷전?
⑥13년 연속 배당 1000원 동결…잉여금은 7000억 훌쩍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9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 본사 전경. (제공=남양유업)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남양유업의 배당이 13년째 현저하게 낮은 수준에서 동결됐다. 최근 매일유업 등 동종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정책을 강화하는 흐름과는 엇박자 행보다. 특히 남양유업은 국민연금과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등 국내 기관·일반주주들의 잇단 배당증액 요구도 매번 묵살해왔다. 이에 시장에선 이 회사가 수천억원의 이익잉여금을 곳간에 쌓아두고 정작 주주환원은 뒷전이라는 날 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04년부터 해마다 주주배당을 해왔지만 배당 규모에 있어선 소극적인 정책을 고수 중이다. 실제 이 회사는 2010년 결산배당금을 전년 대비 50원 올린 주당 1000원(보통주 기준, 우선주 1050원)으로 책정한 이후 작년 결산까지 단 한번도 배당금을 조정하지 않았다. 이에 배당총액은 13년째 8억5471만원에 고정됐고, 배당수익률은 0.1~0.2% 안팎으로 은행 이자보다도 못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남양유업 결산배당 변동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반대로 배당 재원이 되는 연결 이익잉여금은 매년 7000억~9000억원 안팎에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간 순적자 여파로 줄긴 했지만 작년 말 기준 7550억원의 잉여금을 확보해둔 상태다. 이처럼 남양유업 곳간에 재원이 쌓여있다 보니 주주들은 지속적인 배당 요구에 나서고 있다. 올해 3월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국내 행동주의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보통주 기준 주당 2만원(배당총액 169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남양유업 지분 약 3% 수준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9년에는 당시 남양유업 지분 6.64%를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기금(국민연금)이 배당정책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라며 주주제안에 나서기도 했다. 이익잉여금이 쌓인 만큼 배당을 늘리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은 모두 주총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됐다.


결국 남양유업은 대규모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환원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유보금을 늘리는 선택을 한 것으로 시장에선 풀이하고 있다. 이는 최근 국내 동종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해 배당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과도 상반된다. 


일례로 매일유업의 경우 2017년 결산배당액이 주당 450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1200원까지 대폭 확대했다. 이 회사 역시 작년 연결 순이익이 전년대비 80.6%나 감소한 144억원에 그쳤지만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지속적으로 배당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소극적인 주주정책은 자사주 운용에서도 나타난다.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사주는 4만288주로 총 발행주식 72만주의 5.6% 수준이며, 2013년부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6월에는 우선주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일반주주들의 청약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남양유업이 회사의 경영책임은 주주들에게 떠넘기면서 정작 주주가치 제고에는 뒷전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경우 회사의 경영책임은 일반주주들에게 떠넘기면서 정작 주주환원을 위한 배당 등에는 굉장히 소극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정책성은 최근의 ESG경영과도 상반된 흐름일뿐더러 향후 주가부양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당사는 여러 배당정책 중 안정형을 택하고 있다"며 "유업계 특성상 고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위기대응 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무건전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저(低)출산과 원재료 인상 등 극도로 어려워 시장환경 속에서 배당확대는 어렵고 안정형 배당정책을 지속 유지할 계획이다"며 "다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영업흑자 전환을 통해 주식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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