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의 세계
살림 빠듯한 FMK, ㈜효성 주머니 채운다
판매 부진에도 부가수익 활용해 배당…딜러사 정체성 '흔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17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레칼레 모데나. (사진=FMK)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럭셔리카 브랜드 페라리·마세라티의 공식 수입·판매사인 FMK(포르자모터스코리아)가 2년 연속 배당을 실시하면서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영업력이 크게 악화된 데다 딜러권 회수설마저 불거진 가운데 신차를 팔아 번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모기업으로 상납한 까닭이다.


FMK는 결산연도 2021년에 창사 첫 배당을 실시했다. 총 7억원(주당 500원) 규모로 크지 않지만, 전액이 100% 모기업인 ㈜효성으로 유입됐다. 올 3월엔 작년 실적에 대한 결산배당으로 10억원(주당 714원)을 지급했으며, 이 돈 역시 ㈜효성이 챙겼다.


시장에선 FMK가 굳이 배당을 시작한 것을 두고 의아하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창사 이래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2017년를 기점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까닭이다. 이 회사는 2016년 마세라티 브랜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를 출시하면서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듬해엔 한국 시장에 진출한 프리미엄 브랜드 중 가장 많은 2094대를 판매하며 2932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반짝 인기'에 지나지 않았다. 마세라티의 국내 판매 대수는 ▲2018년 1660대 ▲2019년 1260대 ▲2020년 932대 ▲2021년 842대 ▲2022년 554대 등 연평균 23%씩 감소했다. 그 결과 FMK의 매출이 2386억→2165억→1814억→2281→2169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2021년엔 1대당 가격이 최소 3억원인 페라리 판매가 70%(212→357대) 가까이 늘면서 매출이 소폭 반등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FMK가 고가의 차량을 판매하기 때문에 매출은 늘고 있지만, 실제 거둬들이는 수익이 크지 않단 점도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017년 기록한 2%가 가장 높은 수치이며, 현재 1%를 밑돌고 있다. 예컨대 FMK는 2021년과 2020년에 각각 9억685만원, 2억2038만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영업이익률은 0.4%, 0.1%로 간신히 적자를 피하고 있다.


문제는 FMK의 저조한 실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단 점이다. 마세라티가 7년 만에 신차 '그레칼레'를 출시하며 올 4월 고객 인도를 시작했으나, 신차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단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경쟁사 대비 단조로운 라인업으로 브랜드 자체 선호도가 떨어진 까닭이다. 


페라리의 경우 한국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지만, 이탈리아 본사가 인위적으로 물량을 조절하고 있어 공격적인 판매가 불가능하다. 페라리의 작년 한국 시장 판매 실적이 전년보다 15.4% 감소한 302대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탈리아 본사에서 FMK의 딜러권을 박탈하려 한다는 루머도 시장서 돌고 있다. 


FMK가 내실을 다지지 못했음에도 배당을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영업외수익과 그동안 쌓아온 이익잉여금 덕분이다. 이 회사는 2021년과 2022년 기타수익과 금융수익 등이 증가했고, 이 덕분에 8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아울러 줄곧 순이익을 내온 덕에 보유 이익잉여금도 작년 말 기준 360억원에 달한다.


FMK 관계자는 "딜러권 회수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고, 배당과 관련해서는 답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FMK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단 관측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이들 형제가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된 배당 안건을 승인한 만큼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조 회장은 ㈜효성 지분 21.94%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조 부회장은 21.42%의 2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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