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S 승소한 엘리엇, 실상은 '빛 좋은 개살구'
판정 손해액 대비 과도한 소송비 지출···배상금 받아도 '적자'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8일 08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정호창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에도 삼성물산 투자에서 손실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판정에서 기대를 크게 밑도는 배상금 결정을 얻은 데 비해 소송 과정에서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한 결과다. 우리 정부가 불복 절차를 진행 중인 ISDS 판정에서 최종 승소해 배상금을 받더라도 투자원금 회수가 어려울 전망이다.


◆ 삼성물산 주식 6856억 매수, 6477억 처분···매매 손실 379억


딜사이트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최근 공개한 ISDS 판정문을 분석한 결과,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 매수에 총 6856억원을 투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 전 773만여주(지분율 4.95%)를 4698억원에 매수했고, 합병 발표 후 추가로 339만여주(2.17%)를 2158억원에 사들였다.


엘리엇은 두 회사의 합병이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뒤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된 4.95%를 삼성물산에 넘기고 4679억원을 회수했다. 잔여 지분 2.17%는 합병에 따라 통합 삼성물산 주식으로 전환된 후 주식시장에서 1798억원에 처분했다.


정리하면 6856억원에 매수한 주식을 6477억원에 매각해 379억원 가량의 매매손실을 입은 셈이다.



◆ 법률비용 878억 지출, PCA 결정액 372억···비용 손실 506억


엘리엇은 박근혜 정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져 합병이 이뤄진 탓에 손해를 입었다며 2018년 4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S 소송을 제기했다.


5년여의 공방 끝에 PCA 중재판정부는 지난 6월 20일 엘리엇의 손해를 인정하며 우리 정부가 ▲손해배상금 687억원 ▲이자 326억원 ▲법률비용 372억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엘리엇에게는 우리 정부에 약 45억원의 법률비용 지불을 명했다.


다만 판정에서 엘리엇의 손해액 계산에 오류가 있어 법무부가 정정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금은 622억원, 이자는 295억원으로 당초보다 96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은 중재판정부에 법률비용 등으로 총 878억원을 사용했다고 청구했다. 우리 정부가 지출한 217억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중재판정부는 청구액 중 코브레앤김에 지불한 3880만 달러(약 500억원)를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880만 달러(113억원)만을 허용하는 등 일부 비용을 감액했다. 결국 477억원 가량을 엘리엇의 비용으로 인정한 중재판정부는 분쟁 사안에 대한 승소 비율을 고려해 78%인 372억원을 배상 법률비용으로 정했다.


엘리엇 입장에선 승소했음에도 법률비용에서 506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 셈이다. 우리 정부에 지불해야 할 비용(45억원)을 감안하면 법률비용 손실액은 551억원으로 불어난다.



◆ 배상금 수령시 13억 적자···최종 패소시 1257억 이상 손실


PCA의 배상 판정이 나올 때까지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6856억원, 법률비용 878억원 등 총 7734억원을 지출했다. 회수한 금액은 삼성물산 주식 매각 대금 6477억원 뿐이므로 현재까지 총 1257억원의 손해를 안고 있는 셈이다.


중재판정부 결정대로 우리 정부가 손해배상금과 이자, 법률비용을 지불할 경우 엘리엇은 총 1245억원을 수령할 수 있다. 지금까지 쌓인 손실과 비교하면 배상금을 모두 수령하더라도 13억원 정도의 손해를 보게 된다. 


ISDS 승소에도 사실상 '투자 실패'에 해당하는 결과다. 당초 기대했던 금액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배상금이 결정된 것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비용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최초 9917억원의 배상원금을 청구한 뒤 심리 과정에서 청구액을 3953억~5258억원으로 수정했다. 삼성물산의 내재가치(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의 주장을 배척하고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 내재가치가 아닌 주가를 기준으로 손실 규모를 판정했다. 그 결과 배상금이 청구금액의 12~16% 수준에 그쳐 법률비용을 밑돌게 됐다.


손실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법무부가 관할 미해당을 이유로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판정이 취소될 경우 법률비용의 추가 지출 등으로 엘리엇의 손실은 13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우리 정부가 최종 패소하더라도 지연 이자만 조금 늘게 돼,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 결과는 결국 '실패'로 귀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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