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1400억 유상증자…하나금융 인수 '청신호'
K-ICS 비율 상승 기대…인수자 자본확충 부담 완화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16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생명타워 전경 (제공=KDB생명)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KDB생명이 14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자 지위를 확보한 하나금융지주는 인수 후 자본확충 부담을 덜게 됐다. 이에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142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앞서 6월 후순위채를 발행해 900억원의 자금을 끌어온 데 이은 추가 자본확충이다.


KDB생명은 6월 후순위채 발행 당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새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선제적 자본확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유입되는 자금은 9월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일이 돌아오는 2200억원 후순위채 상환에 사용될 예정인데 이 역시 신제도 도입에 따른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말 K-ICS를 기준으로 산출한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47.7%에 그쳤다.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이 되도록 권고한다. KDB생명은 두 조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서 구한다. 기존에는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RBC(Risk Based Capital) 방식을 사용했지만, 올해부터 K-ICS(Korean-Insurance Capital Standard) 방식으로 변경됐다.


RBC에서 K-ICS로 기준이 바뀌면서 보험 부채의 시가평가 및 새로운 위험 추가 등 변화가 적용됐다. 특히 새로운 위험이 추가되면서 요구자본이 증가하게 됐고 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을 높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금융당국에서는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과조치를 통해 변경된 기준을 점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KDB생명은 K-ICS 도입에 따른 경과조치 적용 후에도 지급여력비율이 101.7%에 불과하다. 보험업법 규제만 간신히 충족했다. 경과조치를 적용하기 전 KDB생명의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은 1조5281억원,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은 7286억원이었다. 가용자본이 요구자본의 100%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약 8000억원이 추가돼야 한다. 후순위채 콜옵셩 행사일 등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KDB생명은 5월과 6월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약 3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수혈했다. 5월에는 216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6월에는 후순위채를 통해 900억원을 조달했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모두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무증권이다. 지급여력비율 산출에 쓰이는 가용자본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KDB생명이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선 데다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로 자본을 늘리면 1분기 말 대비 가용자본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비용이 늘면서 요구자본 역시 증가하겠지만 자본이 추가되는 데 따라 K-ICS 비율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DB생명 인수 후보인 하나금융은 향후 K-ICS 비율 상승을 위한 자금부담을 줄일 수 있다.


KDB칸서스밸류(KCV PEF)는 7월 하나금융지주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전 KDB생명의 몸값을 2000억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가 매각 대상에 포함된다면 인수 측에서 부담할 인수금액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을 당시 매각 대상은 KDB칸서스밸류가 보유한 지분 92.73%(약 2200만주)였다. 하나금융 역시 이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KDB생명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2300만주를 새로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최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의 보유 지분은 약 4500만주가 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증가하는 지분도 함께 인수해야 한다면 결국 하나금융의 자금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반면 최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가 일정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인수자측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형성한다면 하나금융으로서는 인수금액 부담을 줄이고 든든한 우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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