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 배터리 찾는 중국 vs 넋놓은 한국
LFP 이어 나트륨 배터리 도전…국내선 정부 차원 개발만 이뤄져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14시 1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ATL이 체리자동차의 전기차 모델인 'iCar03'에 나트륨배터리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제공=CATL)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나트륨 배터리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국 배터리 3사는 개발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기업들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것과 대조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나트륨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R&D)만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나트륨 배터리 등 2차전지 기술 개발에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나트륨 배터리를 굳이 양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어떤 게 효율이 높은지 각 사마다 판단을 한다"며 "나트륨 배터리의 경우 밀도가 낮고 부피가 커서 리튬 배터리를 대체할 만큼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나트륨 배터리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가격이 30~40% 저렴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나트륨이 리튬보다 매장량이 많고 채굴과 생산도 쉽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의 비율을 보면 리튬은 0.006%에 불과하지만 나트륨은 2.63%다. 나트륨이 리튬보다 450배 더 많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고 저온에서 에너지 유지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판매 단가의 4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나트륨 배터리를 채택할 경우 차량 가격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나트륨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BYD는 2024년 자체 브랜드인 '돌핀' 등에 배터리 탑재를 목표로 중국에 첫 나트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CATL은 연내 중국 체리자동차 'iCar03'에 공급계획을 확정해둔 상태다.


일각에서는 국내 배터리사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LFP 배터리를 저가형 배터리로 치부했지만, 지난 4월을 기점으로 180도 전환해 국내 3사가 모두 LFP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1년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탑재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이후 최근 전기차 상용화에 성공했고,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성이 높다고 여겨지면서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산 테슬라 모델 Y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지난 7월 출시한 이후 하루 만에 1만5000대 계약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선택한 덕분에 차량 가격을 5000만원대로 파격적으로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ESS 시장에서도 LFP 배터리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8년부터 ESS 연쇄 화재로 4000억원 이상의 리콜이 발생했는데 전문가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화재 위험이 높은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과충전되거나 제품에 결함이 있을 경우 '열 폭주' 현상이 생기며 화재가 발생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ESS에는 리튬을 기반으로 한 삼원계 배터리 보다 LFP 배터리가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렴하고 화재 안전성이 높으며 수명도 길다. 에너지밀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ESS에는 굳이 부피가 작은 배터리가 필요 없는다는 것도 LFP 배터리가 ESS에 최적화된 형태라고 불리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나트륨 배터리에 무관심한 현실은 한국 배터리 3사가 한발씩 늦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며 "현재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와 한국 업체들 간의 LFP 기술 격차는 이미 약 10년 정도 벌어져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중국은 저가형 배터리를 찾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존 기술에 정체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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